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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에서의 잠 못 드는 밤카테고리 없음 2023. 4. 25. 15:52
"아이들 뛰는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조치 좀 해주세요." 벽 면에 대고 두드려보기도 하지만 도저히 안 되겠다. 소용이 없다. 결국 휴양림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옆 객실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린다. 밤 12시가 되어가는 시간이다. 오늘 밤, 잠을 포기해야 하는 건가? 가족 여행 온 자연휴양림에서 잠을 설치게 될 줄은 몰랐다. 부모님 산소 성묘 겸 가족 나들이 계획을 세웠다. 주말이라 예약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취소가 생긴 방이 있어서 우리 차지가 되었다. 이런 행운이! 성묘를 마치고 휴양림에 도착하니 모두들 흡족해 한다. 예전에 한 번 갔다 온 곳이라 익숙하고 정겹다. 그때보다 바다 뷰도 더 좋고 시야도 트인 방이라서 다들 만족이다. 복층이라 널찍하니 열 명도 족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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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 친구란?카테고리 없음 2023. 4. 14. 13:35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벨이 울린다. 받을까? 말까? 잠시 고민을 했다. "여보세요?" "태선아. 나 태순이.. 기억나나?" "누구?"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반 동창인데 기억 안 나나?" "아~~ 기억이 날 듯 말 듯하는데.." (상대방이 당황할까 아주 조금 아는 척을 했다.) "나는 너 기억나는데. 이름도 비슷하고 네가 착했던 것 같은데.." "좋게 기억해 줘서 고맙네."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 동창이면 40년도 더 지난 친구다. 6월에 서울에서 반창회가 있으니 오라는 초대인데, 주말에는 시간이 안되니 다음에 보자고 약속했다. 친구도 많이 아쉬워했다. 몇 년 전에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났다. 처음엔 많이 서먹하고 생소했지만 기억을 더듬다 보니 어린 시절 얼굴과 이름이 조금씩 매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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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이 그렇게 어렵나요?카테고리 없음 2023. 4. 12. 13:24
'좋은 점이나 착하고 훌륭한 일을 높이 평가함. 또는 그런 말' 칭찬(稱讚)의 사전적 의미다. 칭찬이 그렇게 어렵나요? 모처럼 부모님 댁에 오 남매가 모였다. 오늘도 엄마의 넋두리가 쏟아진다. 아버지에 대한 불만. 이런 모습을 보는 자식입장은 늘 아쉽고 속상하고 답답하다. 몇십 년을 같이 살면서 오 남매를 낳고도 그렇게 변하지 않으시는지.. 부모가 행복한 모습을 보여줘야 자식들도 행복하고 편할 텐데. 한쪽의 메아리일 뿐인데도 포기가 안 되는 것 같다. 문제는 서로에 대한 표현이 부족한 데서 오는 서운함과 오해가 오랜 기간 쌓인 것이다. 그런데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변해야 하는데 두 분 모두 변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경상도 남 녀로 만난 두 분 모두 태생부터 표현력이 서툴고 표현하는 법을 못 배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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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소통 중입니다.카테고리 없음 2023. 3. 28. 12:26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 소통(疏通)의 사전적 의미다. 브런치 작가 되다. "아들이 사 준 노트북 덕분에 엄마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네. 고마워." "... " 묵묵히 밥만 먹는 아들에게 말을 건다. 대답 없는 메아리 일지라도. 아들과 소통 중입니다. 둘만의 방법으로. 오래된 데스크톱 컴퓨터가 있다. 속도도 느리고 버전도 구식이라 불편하지만 새로 사기엔 돈이 아깝다. "아들, 예전에 쓰던 노트북 안 쓰면 엄마가 쓰면 안 될까?" "그거 너무 오래돼고 고장 나서 못쓰는데.." "그래? 아들이 안 쓰면 내가 쓸려고 했지. 글도 쓰고 필요해서.. 할 수 없지 뭐." 그렇게 넘기고 잊고 있었다. 어느 날, 아들이 노트북을 택배로 보냈다. 몇 년 전 아들은 레바논으로 파병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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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계모야?카테고리 없음 2023. 3. 23. 21:45
"엄마 계모야?" "그래. 엄마는 계모야. 계모라고 생각하고 살아." 남편이 나를 계모 같다고 하니 둘째 녀석도 덩달아 계모라고 놀린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사랑하기는 하여도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만큼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자식에 대한 지원은 어디까지가 적당한 걸까? 아이들이 대학교 입학할 즈음, 경제적 지원에 대한 데드라인을 정해서 일러뒀다. 미리 각인을 시켜두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고 생각해서다. 각각 비과세 한도만큼 증여도 했고 청약저축 통장도 넘겨줬다. ' 이것 이것 해서 딱 이만큼만 물려주겠다. 이것이 끝이다. 이제는 경제적 독립을 해서 알뜰살뜰 잘 살라고 했다. 더 이상의 엄마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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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들아 미안했다.카테고리 없음 2023. 3. 21. 21:26
아들들아 그때는 엄마가 미안했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것이 있다. 오래전 일이라 기억을 못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미안했다. 사과할게. 두 살 터울의 두 아들을 낳고, 힘든 육아 시기를 보냈다. 직업군인으로 또 부부군인으로 남편과 떨어져 지냈다. 군인 아파트에서 이웃에게 아이를 맡기고 출퇴근을 했다. 강원도 오지에서 근무할 때는 부대 안 낡은 관사에 살면서 돌봐줄 사람을 못 구해서 힘들었던 때도 있었다. 결국 딸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다 못한 부모님이 큰 아이를 데려 가셨고 둘째 아이가 태어난 후 둘을 맡아 키워주셨다. 큰 아들! 유치원 때 엄마가 빰 때려서 미안했다. 친정집에서 두 아이를 키우다가 부모님이 힘들어하셔서 무턱대고 큰 아이를 데리고 왔다. 고정으로 돌봐주는 사람을 못 구해서 어린이집에 보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