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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나이에 친구란?
    카테고리 없음 2023. 4. 1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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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벨이 울린다.

    받을까? 말까? 잠시 고민을 했다.

    "여보세요?"

    "태선아. 나 태순이.. 기억나나?"

    "누구?"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반 동창인데 기억 안 나나?"

    "아~~ 기억이 날 듯 말 듯하는데.." (상대방이 당황할까 아주 조금 아는 척을 했다.)

    "나는 너 기억나는데. 이름도 비슷하고 네가 착했던 것 같은데.."

    "좋게 기억해 줘서 고맙네."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 동창이면 40년도 더 지난 친구다.

    6월에 서울에서 반창회가 있으니 오라는 초대인데,

    주말에는 시간이 안되니 다음에 보자고 약속했다. 친구도 많이 아쉬워했다. 

     

    몇 년 전에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났다. 처음엔 많이 서먹하고 생소했지만 기억을 더듬다 보니 

    어린 시절 얼굴과 이름이 조금씩 매칭이 되었다. 뒤늦게 좋아했었노라고 깜짝 고백(?)한 친구도 있었다. 

    물론 남자친구다. 그땐 코찔찔이였었는데 중년의 멋진 남자로 변해서 몰라봤다.

    이제 와서 어쩌라고? 우스웠다. 시치미를 떼는 수밖에.  난 전혀 몰랐노라고.

    눈이 크고 공부도 그럭저럭 했던 것으로 나를 기억했다. 솔직히 나는 그들에 대한 기억이 많이 없었다.

    내가 여군장교가 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한 남자 친구는 초등학생 때부터 내가 정의감에 불탔고 

    여자 친구에게 짓궂은 장난치는 것을 보면 매로써 응징(?)했다고 했다.

    끝까지 쫓아가서 때렸다면서 자신도 많이 맞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난 그런 기억이 없는데.. 얌전한 아이였다고 변명했지만 맞았다고 우기니 할 수 없다. 

    '그때는 미안했었다. 근데 맞을 짓을 안 했어야지...' 

    때린 놈은 기억 못 해도 맞은 놈은 기억한다는 건가? 

    맞은 놈은 발 뻗고 자도 때린 놈은 그렇지 못하다는 건가?

    기억은 저마다 다르다.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선택적 기억이다.

    그 친구들은 자주 만난다고 했고 내게도 모임 때 꼭 오라고 했었는데.. 가지 않았다.

    시간도 없었고 만나면 밤새 술 먹고 논다는 그들의 놀이문화가 맞지 않고 내키지 않아서다.

    그렇게 잊고 있었는데 어떻게 연락처를 알고 전화를 한 것이다. 시간 맞으면 얼굴 보러 가볼까?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6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고 보니..

     

    이 나이에 친구란 어떤 의미일까?

    몇 년 전 중학교 동창 4인방을 만나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졸업 후 십 수년간 연락이 끊어졌는데 

    한 친구의 집념과 노력 덕분에 극적으로 연락이 되었다. 그녀가 없었다면 죽을 때까지 못 볼 뻔했다.

    교복치마 팔랑거리며 떡볶이도 사 먹고 많이도 붙어 다녔다. 

    반 백 살을 넘긴 나이에 만났는데도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좋다.

    같이 여행도 가고 일 년에 한두 번은 만난다. 

    경조사를 챙기고 건강과 안부를 묻는 편한 사이다.

    이 나이에 만나니 여유가 있어 좋다.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밥은 먹고 살 정도가 되었고

    수험생 뒷바라지에서도 벗어나서 그렇다.

    이젠 내 몸 건강 챙기면서 즐기고 보상받아도 될 나이다.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공자님의 명언이다.

     

    친구 셋은 고향에 살고 나 홀로 서울에 있다. 친구를 보러 내가 내려가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친구들이 서울로 올라왔다. 

    청와대 관람을 포함해서 서울 구경시켜 줄 스케줄을 꼼꼼하게 짰다. 

    청와대, 경복궁, 맛집 검색을 하고 친구들을 위해 1일 가이드를 자처했다. 

    20년 넘게 서울 살아도 못 가본 곳이 더 많은 터라 가이드는 과한 표현이고 함께 찾아가는 여행이다.

    청와대 대통령 관저 앞에서
    경복궁 인근 브런치 카페에서 맛난 점심도 먹고. (이번에 친구 아들이 임용되었다고 한 턱 쐈다.)

    청와대 관람을 하고.. 인사동과 남대문시장을 가서 이런저런 구경을 했다.

    자식(취업. 결혼), 경제(노후 걱정과 준비) 얘기..  연로한 부모님 건강 걱정과 우리의 건강 걱정까지.

    어느 집이든 걱정 한 가지씩은 있는 인생이다. 작든 크든.. 걱정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속 마음 얘기도 하고 들어도 주고. 걱정도 해주고 축하도 해주고.

    이런저런 수다를 떨고 공감도 하면서 잠시나마 걱정과 근심을 날려 버렸다.

    헤어짐은 늘 아쉽다. 건강하게 또 만나자고 빠이 빠이를 했다.

     

    중학교 때 친구들을 보내고 나니 여고시절 친구들도 그립다.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어떻게 늙어가고 있는지 보고 싶다.

    용기 내어 찾아봐야 하는데 생각만 하고 있다. 그녀들은 왜 나를 찾지 않는 걸까? 내가 보고 싶지도 않나?

    찾을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 봐야겠다.

     

    이 나이 되고 보니 때론 남편에게 못하는 얘기도 친구에게는 할 수 있다.

    이해득실 따지지 않고 그냥 만나고 얘기 나눌 수 있어서 좋다.

    우리 인생에도 여유가 좀 생겼으니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지내고 싶다. 

    서로의 늘어가는 주름과 흰머리를 지켜보면서.

     

    가수 조용필의 친구여 노래를 흥얼거려 본다.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 

    친구여 모습은 어딜 갔나 그리운 친구여

    옛일 생각이 날 때마다 우리 잃어버린 정 찾아
    친구여 꿈속에서 만날까 조용히 눈을 감네
    슬픔도 기쁨도 외로움도 함께 했지
    부푼 꿈을 안고 내일을 다짐하던 우리 굳센 약속 어디에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
    친구여 모습은 어딜 갔나
    그리운 친구여

     

    '가족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면 친구는 내가 선택한 가족이다'는 말이 있다.

    내가 선택한 가족, 내 친구

    친구야. 사랑해. 우정 변치 말고 영원히... 오래 보고 살자. 건강하게.

    우리 우정 영원히, 사랑해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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