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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계모야?"
"그래. 엄마는 계모야. 계모라고 생각하고 살아."
남편이 나를 계모 같다고 하니 둘째 녀석도 덩달아 계모라고 놀린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사랑하기는 하여도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만큼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맞는 말이다.
자식에 대한 지원은 어디까지가 적당한 걸까?
아이들이 대학교 입학할 즈음, 경제적 지원에 대한 데드라인을 정해서 일러뒀다. 미리 각인을 시켜두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고 생각해서다.
각각 비과세 한도만큼 증여도 했고 청약저축 통장도 넘겨줬다.
' 이것 이것 해서 딱 이만큼만 물려주겠다. 이것이 끝이다.
이제는 경제적 독립을 해서 알뜰살뜰 잘 살라고 했다.
더 이상의 엄마 아빠 도움이나 지원은 기대하지 말고..
엄마 아빠가 열심히 일해서 일군 재산은 우리를 위해 행복하게 잘 쓰고 갈 것이고
후일 엄마 아빠가 쓰다 남기고 간 재산이 있다면 그것은 너희들 몫이니 똑같이 나눠서 가지라고.'
큰 아들은 알았다고 하는데 작은 아들은 너무 적다고 했다. 쥐꼬리만 한 월급 받아서 언제 집사고
먹고 사냐고? 집값이 얼마인데..
그건 네 사정이고... 검소하게 모아서 집도 사고 잘 먹고살라고 했더니
작은 아들 "엄마 계모 맞지?"
주변에 이런 말 하는 부모들이 많다.
'우리는 자식에게 줄 것도 없고 받지도 않을 거다. 지(자기) 팔 지(자기) 흔들기를 선언했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지도 않고 도움(부양)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자식 부양을 기대할 수 도 기대해서도 안 되는 세상이다.
부모 자식 간에 너무 냉정한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이 그렇다.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이 방법에 나는 찬성일세.
남편 생각은 다른 것 같다.
넉넉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자랐고 결혼은 남편이 아르바이트해서 모아 둔 몇 백만 원으로 했다.
작고 소박하게 시작해서 알뜰살뜰 살았다.
부모 도움 1도 없이 맨 땅에 헤딩하며 살아온 노고가 있었기에
우리 자식에게만큼은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남편은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감내할 사람이지만 나는 좀 냉정한 편이다.
내가 행복해야 자식도 행복할 수 있고 성인이 된 자식은 경제적. 정신적 독립체로 대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자식 뒷바라지로 부모 인생을 저당 잡히고 희생해서는 안된다.
부모 자식 모두 불행해질 수 있다.
한계를 명확히 해 둘 필요가 있다.
부모는 자식이 대학 졸업을 해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이 될 때만 지원하면 된다. 그다음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채워가는 것은 자식들의 몫이다.
남편을 설득 중이다.
우리는 이제 은퇴할 나이가 되어가니 돈 벌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자식들은 앞으로 돈 벌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고.
자식들은 알아서 지들 인생 잘 살아갈 것이니 걱정 말고 우리나 잘 먹고 잘 살면 된다고.
아이들에게 딱 끊어 선언(?)을 했지만 부모마음이 무 자르듯 그럴 수 있을까?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것이 부모니까.
남편도 설득에 조금씩 넘어오는 듯 하지만,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
부모 도움을 받고 시작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출발선부터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도와줄 수 있을 형편이 되면 도와주고 무리하게 도와주지는 말자고 다짐하고 있다.
부모가 행복해야 자식도 행복하다.
부모 자식 모두가 행복할 수 있고
서로에게 부담과 피해가 되지 않는 방법을 잘 찾아서 절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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