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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에서의 잠 못 드는 밤카테고리 없음 2023. 4. 25. 15:52728x90
"아이들 뛰는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조치 좀 해주세요."
벽 면에 대고 두드려보기도 하지만 도저히 안 되겠다. 소용이 없다.
결국 휴양림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옆 객실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린다. 밤 12시가 되어가는 시간이다.
오늘 밤, 잠을 포기해야 하는 건가?
가족 여행 온 자연휴양림에서 잠을 설치게 될 줄은 몰랐다.
부모님 산소 성묘 겸 가족 나들이 계획을 세웠다. 주말이라 예약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취소가 생긴 방이 있어서 우리 차지가 되었다. 이런 행운이!
성묘를 마치고 휴양림에 도착하니 모두들 흡족해 한다. 예전에 한 번 갔다 온 곳이라 익숙하고 정겹다.
그때보다 바다 뷰도 더 좋고 시야도 트인 방이라서 다들 만족이다.
복층이라 널찍하니 열 명도 족히 잘 수 있을 것 같다.
예약에 성공한 동서에 대한 칭찬과 감사가 쏟아진다. 앞으로 벌어질 일(?)은 예상하지 못하고..
짐을 풀어놓고 가까운 격포항에 가서 푸짐하게 회를 뜨고 매운탕거리도 사 왔다.
역시 항구에서 사 오는 회는 더 싱싱하고 푸짐하다. 매운탕으로 맛있는 저녁 식사도 마쳤다.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인데 옆 숙소의 아이들 뛰어다니는 소리가 요란했다.
설마 밤에는 조용해지겠지, 부모들이 조심시키겠지 기대를 했는데.. 아니다.
위아래층 오르락내리락 뛰어다니는 발소리가 멈출 기색이 1도 없다.
바로 옆방이라 발자국 소리가 크게 들리는데 계단을 뛰고 있으니 천둥번개 소리처럼 크게 들린다.
웬걸..
여행 온 아이들이 모처럼 들뜬 마음에 그려려니 하고 참고 또 참았는데..
10시가 넘고 11시가 넘었는데 소리가 더 커진다.
부모들의 말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혼을 내던지 조심시켜야 할 텐데 아이들은 마음컷 뛰어다니게
두고 술판을 벌였나? 의심이 된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간밤의 악몽 얘기가 터져 나온다.
"어젯밤 엄청 시끄럽더라. 웬 여자가 시끄럽다고 전화하는 소리도 들리고.."
"나도 전화했는데... 시끄럽다고 전화한 여자는 당신 동서야."
(그때서야 전화 목소리의 주인공이 동서인 줄 알게 되었다)
동서와 남편이 세 번이나 전화를 걸었고
관리사무소 직원이 방문해서 자제를 요청(?)하고서야 소란이 멈췄다는 것이다.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 이해가 되긴 하네.."
"요즘은 도덕이나 윤리과목이 없어졌나? 최소한의 윤리나 도덕은 알고 살아야 할 텐데."
"젊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잘 가르쳐야 할 텐데.. 큰일이네. 애들이 뭘 보고 배우겠나.
한 마디씩 내뱉는다. 간밤의 소란으로 잠을 설친 푸념 반 현실에 대한 걱정 반이다.
동서네는 일전에 이곳 휴양림에서 층간소음으로 고통(?) 받은 경험이 있어서 다시는 안 오리라 생각했단다.
그때도 아이들이 밤늦게 까지 뛰고 시끄러워서 관리사무소로 전화를 했는데
관리사무소 직원에게조차 문도 열어주지 않고 계속 떠들었다고 했다.
헐~~ 완전 배 째라는 식, 막무가내인가?
주변에서도 민원을 제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것인데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오히려 미안하다며 기념품(소금)을 주더란다. 당사자들은 사과는커녕 문도
열어주지 않았는데...
동서 얘기로는 (동서네는 여행을 자주 다닌다)
주변의 민원이 2회 들어오면 무조건 강퇴(강제 퇴거)시키는 캠핑장도 생겼고 인원수에 제한을 두어서
이런저런 민원발생 소지를 차단하는 캠핑장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어른들은 술판을 벌이고, 아이들은 온 캠핑장을 휘젓고 다니도록 방치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런 곳은 다시 가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퇴실을 하면서 힐끗 문 열린 옆방을 보니 역시나 젏은 부부 두 쌍과 아이들이 보인다.
눈이 마주쳤다.
잠 못 자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시끄럽게 해서 죄송하다' 한 마디만 했더라면
'애들이 그럴 수 있죠. 뭐. 근데 좀 시끄럽긴 했어요.' 해주고 마음을 풀었을 텐데
쌩하니 들어간다. 경우 없이... 기대한 우리가 바보였나?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고 했다.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라고 행동을 그대로 배우는 것이 아이들이다.
최소한의 공중도덕이 무언지 정도는 교육을 시켜야 하지 않을까?
나의 행동이 상대에게 피해인지 아닌지도 구분 못하고(때로는 무시하면서)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어른으로 성장하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내 눈에만 내 자식이 금쪽으로 보이지 피해를 입는 상대방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불미스러운 뉴스가 더 이상 들리지 않기를
즐거워야 할 여행을 망치고 나쁜 기억으로 남지 않기를
서로가 최소한의 공중도덕을 지킨다면 가능한 일이다.
모두의 행복을 위해 지킬 건 지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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