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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과 소통 중입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3. 3. 28.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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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

    소통(疏通)의 사전적 의미다.

                                                                                         브런치 작가 되다.

    "아들이 사 준 노트북 덕분에 엄마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네. 고마워."

    "... "

    묵묵히 밥만 먹는 아들에게 말을 건다. 대답 없는 메아리 일지라도.

    아들과 소통 중입니다. 둘만의 방법으로.

     

    오래된 데스크톱 컴퓨터가 있다. 속도도 느리고 버전도 구식이라 불편하지만 새로 사기엔 돈이 아깝다.

    "아들, 예전에 쓰던 노트북 안 쓰면 엄마가 쓰면 안 될까?"

    "그거 너무 오래돼고 고장 나서 못쓰는데.." 

    "그래? 아들이 안 쓰면 내가 쓸려고 했지. 글도 쓰고 필요해서.. 할 수 없지 뭐."

    그렇게 넘기고 잊고 있었다.

     

    어느 날, 아들이 노트북을 택배로 보냈다. 

    몇 년 전 아들은 레바논으로 파병을 갔다 왔다. 파병도 스펙이 된다며 8개월 동안 근무를 한 것인데

    당시 모은 월급으로 노트북을 사서 보낸 것이다.

    얼마나 기쁘고 고맙던지. 노트북 사 주겠다 얘기도 하지 않았던 터라 더 대견스럽고 감격이었다. 

    덕분에 노트북으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글도 쓰고 유튜브도 보고 공부도 하고.

    브런치도 알게 되었고 지난 11월 작가로 선정되어 글을 쓰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어려서 큰 아들은 말도 많았고 조리 있게 잘했다. 친정에 맡겼는데 동네에서 말 잘하는 아이로 소문났었다.

    나와 남편은 말이 없는 편인데 어디서 저런 아이가 태어났나? 싶을 정도였다.

    아이의 재잘거림이 때론 귀찮을 때도 있었다. 

    어쩌고 저쩌고.. 그 작은 입으로 이런저런 말을 어찌나 많이 하던지..

    그런데 사춘기를 겪으면서 말 수가 확 줄었다. 지금도 묻는 말 외에는 거의(?) 말을 안 할 정도로 과묵하다.

    생각은 깊은데 표현을 잘하지 않는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내색하지 않고 혼자 삭이는 편이다.

     

    아들이 변한 것을 내 탓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말 많던 아이가 말이 없어진 것은.

    내가 짜놓은 틀에 아이를 맞추려 했던 지난날을 반성했다. 내 기준으로 아이를 평가하고 질책한 것만 같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면서 조급해도 했다. 때론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한숨도 쉬었다. 

    "어 휴.. 어쩌려고 저러고 있나? 내일이 시험인데 공부도 안 하고"

    아마도 아이는 깊은 내 한숨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아이는 자신을 한심스러워하고 답답해하는 엄마를 보면서 자존감이 떨어진 것일까?

    엄마와 말이 하기 싫어지고 피하고 싶었던 것일까?

    타고난 기질이 그런 것일까? 별별 생각과 자책을 했다.

     

    전역 후 복학을 하면서 대학교 근처로 오피스텔을 얻어줬다. 집과 학교가 먼 거리는 아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갈아타는 불편이 있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아들의 요청도 있었고

    지방에서 근무하는 남편 뒷바라지와 나의 자유와 여가도 누리고 싶었다. 삼박자가 맞다고 생각해 내린

    결정이다.

     

    그렇게 지내다가 2년 여만에 아들이 컴백 홈을 했다. 

    혼자 밥 해 먹고 학교 다니면서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남편이 내 등을 떠밀었다. 아들이 자격증 따고 취업할 때까지는 집에서 건강도 챙겨주고 따뜻한 집 밥도 

    해주라고. 남편은 자식 일이라면 어떠한 희생도 감내하는 사람이다. 자식이 우선인. 

    아들과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자유롭게 살다가 함께 있으니 며칠은 낯설고 불편했다. 내 시간을 아들 시간과 맞춰야 하는 것도 있고.

    하루 밥 두 끼 따뜻하게 챙겨 먹이고 방 청소에 빨래까지. 좋은 환경에서 공부에만 집중하라고. 

    하숙집 아줌마가 되었다. 오늘은 무얼 해서 먹이나? 고민하는.

     

    말 없던 아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얘깃거리도 생겼다. 친구 얘기도 하고  MZ세대들의 고민과 트렌드는 

    무언지도 물어본다. 

    밥을 차려주면서, 또 먹는 동안 나 혼자 이런저런 수다를 떤다. 아들의 대답을 천천히 기다리면서. 

    늦잠 자는 모습에 속이 터지고 내 룰대로 움직여주지 않아도.. 아들의 인생은 아들이 훨씬 더 많이 고민하고 준비해 

    갈 것이다. 애태우고 조바심 내는 것은 내 몫이 아니고 지혜로운 방법도 아니다.

    예전 같으면 한숨 쉬고 답답해했을 테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며칠 살펴보니 그것도 아들의 생활패턴이었다.  

    아침형 인간이 아니고 올빼미형 인간이다. 밤늦게 공부하는... 부모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고 강요하는 것은 일방적인 메아리이고 잔소리일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2월에 치른 자격증 시험에 불합격이다. 한두 문제 정말 아깝고 아쉬운 점수 차이로.

    아들은 얼마나 속상하고 아쉬울까? 내 마음도 이렇게 아픈데..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사랑하는 울 장남, 결과가 아쉽지만 인생 길게 생각하면 그까짓 거 아무것도 아니야.

      엄마가 살아보니 그렇더라. 스트레스받아서 아프지만 않으면 돼.

      내년에 1,2차 한방에 붙으면 되지 않겠어?

      엄마가 1년 뒷바라지 잘해 줄 테니 걱정 말고~ 힘내자."

     

     예전의 나였다면

    "너 어쩔 거야? 공부를 어떻게 했길래 합격을 못하냐고? 다른 애들은 합격하는데..

      언제 자격증 따고 취업할 건데?"

    닦달하면서 한심하다는 듯 한숨 쉬고 인상 찌푸리고 있었을 거다. 

    속상하고 마음이 초조한 것은 아들이 더 할 터인데 그 마음 헤아리지 않고 내 욕심만 앞서서.

    이제 다시는 그런 실수 반복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 보살이 되어 가는 중이다. 너그럽고 여유로워지고 있다.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

    아들과 소통하는 중이다.

    우리의 소통은 쭈 욱~~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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