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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한번 믿어봐!나의 이야기 2015. 2. 2. 20:56728x90
직장인이 가장 기다리는 날은 당근 월급날이다. 10일은 남편의 월급날, 솔직히 편보다 내가 더 기다리는 날이다. 통장에 입금된 급여를 찍어보고 연례행사로 하는 일이 있다. 남편에게 문자 메세지를 보내는 일이다. 한 달 열심히 일한 노고에 감사하고, 단 돈 30원으로 남편의 기(氣)를 살리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 한 달 열심히 일해줘서 고마워. 수고했어. 아껴서 잘 쓸께. 알라뷰. 신랑 화이팅!! 곧장 답장이 왔다. " 여보 사랑해. 고생이 많지? 힘내고. 오빠 한 번 믿어봐~~
내게 고생이 많다고 하는 것은 늘상 하는 말이다. 맞벌이 부부인 내가 집안일, 직장일 하느라 힘든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 고마움과 수고함을 표현하는 것이다. 사실 직장맘의 일상은 힘들다. 퇴근시간이 되면 뭘 해서 저녁을 먹어야 하는 고민을 하고, 처리해야 할 집안일도 만만치 않다. 퇴근 후 집에 가면 전쟁이 난 것 처럼 난리다. 씽크대엔 설거지가 수북! 출근 때 애들 밥 먹은 설거지랑 청소를 불이 나게 해 놓고 오지만, 퇴근 후 집에 가면 도루묵이다. 학교에서 오자마자 나가 노느라 벗어놓고 나간 아이들 옷가지들이 파편처럼 이 방 저 방 흩어져 있고, 설거지통엔 음식 찌꺼기가 남은 그릇들로 한 가득이다.
흐트러진 것을 넘기지 못하는 성미다 보니, 집에 들어서자마자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저녁먹고 나면 몸은 파김치가 된다. 솔직히 퇴근하면 누가 밥 좀 차려놓고 기다려줬으며 하는 마음이 들 때도 많다. 맞벌이 직장맘의 고달픔과 노고이다.
'오빠 한 번 믿어봐'라는 남편의 마음을 모를 리 없다. 몇 달 후 진급발표가 있기 때문에 그 마음을 담아 보낸 것이다. 진급에 대해선 일절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당사자인 남편이 더 부담을 느낄까봐!!
"열심히만 해. 진인사대천명이라고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있겠지? 잘 될꺼야.너무 스트레스 받지마. 오래도록 당신이 우리 곁에 있어주는 것이 더 소중해." 진급에 대한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 것인지 알기에.. 굳이 나 까지 그 스트레스에 힘을 보탤 이유가 없기에 부담되는 말은 아예 언급하지 않는다.
의외로 월급날, 남편에게 감사 문자 보내는 아내가 적다는 사실에 놀랐다. 통장으로 입금되는 액수에만 관심 있지, 문자 보낼 엄두를 못 내는 것일까? 한 번도 해 보지 않아 쑥쓰러워서 못한다는 아내도 있다. 예전엔 월급봉투에 쥐꼬리만한 월급이라도 넣어서 아내에게 내미는 남편에겐 당당함이 있었다. (오래 된 드라마에서 봐도 그렇고, 내 아버지도 월급날엔 어깨에 힘이 들어간 던 것 같고..) 그러나. 요즘처럼 바로 통장으로 입금되니 월급날이라고 특별히 생색낼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저녁 밥상이 조금 근사해지고 반찬 가지수가 늘어나는 것이 그나마 호사일까?
남편은 월급날 문자메세지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깜빡하고 잊어버리기라도 하면 "오늘 월급날인데 왜 문자 안 보냈어? 그런다. 수고했다는 그 한마디가 듣고 싶고, 내게 으시대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것이다. 이럴 때 보면 남자는 어린아이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ㅋㅋ) 나도 월급받는데.. 내 월급날은 언제인지? 얼마인지? 모르면서..
대한민국 남편들 氣를 살려주자! 남편 퇴직하면 아내가 곰국 한 솥 끓여놓고 여행간다는 둥, 이사갈 때 가족들이 자신을 떼어놓고 갈까봐 가장 먼저 차에 올라타 있는 것이 남편이라는 둥 그런 우스개소리가 회자되는 걸 보면 우습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평생 고생하며 돈 버는 기계처럼 살아온 남편들의 최후 모습치곤 좀 서글픈 것 같다. 물론 평생 아내를 부리며 큰 소리 치는 남편도 있긴 하지만..
남편 氣 살리는 것, 작은 것에서 찾자. 월급날 수고했다는 문자 한 통 날리는 것! 몇 십만원짜리 보약보다도 훨씬 효과가 있다. 쑥쓰러워 못한다고 생각말고, 지금 당장 문자 한 통 날리자! 남편 氣 살린다고 엉뚱한 데 돈 쓰지 말고...LIST'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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