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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전 여군학교에선?|나의 이야기 2015. 2. 2. 20:58728x90
세월을 흐르는 물과 같다고 했나요? 오는 7월 27일은 임관 1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대한민국 육군소위로 태어나기 위한 5개월의 훈련기간은 국방부 시계가 멈춰버린 것 같고 너무도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졌고,오직 임관일만을 기다리며 무한의 인내와 절제를 교육받았던 시간이었죠. 함께 훈련받고 임관한 40여명의 동기들은 다들 무엇을 하고 있는지.. 현역 동기들은 내년이면 중령진급 들어간다고 하고 "아니 벌써"란 말이 실감나네요.
그 옛날 여군훈련소라 불렸던 여군학교, 3월 초순 입교하니 뒤늦은 싸리눈이 내리더라구요. 지금도 흩날리던 그 눈을 내무실에서 바라보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임관 전 후보생시절, 6시 기상 10시 취침때까지 군인이 되기 위한 끊임없는 훈련의 연속이었죠. 입교 후 가장 먼저 받은 얼차려는 "선착순" 군대갔다온 사람은 수시로 했을 선착순.. 체육시간에 갑자기 교관이 선착순이라 외치는데, 그 말이 무슨 말인지를 알수가 있어야죠. 무조건 먼저 도착하면 되는 줄 알고 숨이 턱에 차 오를때까지 뛰어오기를 반복했는데.. 먼저 도착하면 동기애가 부족하다고 기합, 늦으면 늦는다고 기합.. 선착순이 그런 거더라구요. 나중엔 선착순하는 요령을 터득했지만..
한번은 복도에 집합했는데 갑자기 중대장님이 교보재용 수류탄을 복도 한 가운데로 던지는 거예요. 다들 자기몸 챙기느라 피했는데, 한 동기생이 그 수류탄을 몸으로 덮치는 거예요. 당연히 그 동기생은 희생정신이 투철한 군인으로 칭찬을 받았죠. 나머지는 부하를 거느려야 할 장교가 자기 몸 부터 챙긴다고 기합과 정신교육을 받았구요. 혹시 칠면조라고 들어보셨나요? 추수감사절에 먹는 칠면조가 아니고 칠면조 점호란 게 있었어요. 체육복.전투복.정복.방독면.탄티.우의..군대에서 입고 착용하는 모든 물품들을 빠른 시간안에 바꿔입고 착용하는 점호죠. 일직사관의 지시에 따라 이옷,저옷 갈아입다보면 체육복에 탄띠도 착용하고 우의를 걸치는 우스운 꼴이 되는데요. 칠면조 한번 하고 나면 온 몸이 땀으로 흥건하고 , 머리는 머리대로 난리가 나고, 끝난 후 서로의 모습을 보면 웃지 않을 수 가 없었죠.
어디서 그런 갖가지 점호방법이 나왔는지.. 오늘 밤은 또 어떤 점호로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지가 관심(?)이었죠. 모든 물품들이 정위치에 각을 세워 정리정돈되어 있어야 하고 취침군기라 해서 침상에서도 흐트러진 자세가 허용되지 않았던 그 시절... 그나마 한 줄기 희망의 빛은 주말에 주어지는 면회와 외출이었답니다.
지방이 고향인 동기는 면회가 힘들지만, 서울인 동기는 부모님이 면회를 오셨죠. 동기 한명은 케잌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커다란 케잌을 사오시면 혼자 그 큰 케잌을 다 먹곤 했죠. 세끼 식사 다 제대로 먹고 규칙적인 생활로 몸매는 빵빵해 지는데도 항상 2프로 공허한 뭔가를 느끼곤 했답니다. 아마도 심리적인 공허감이 아니었나 싶네요. 멈춰버린 줄로만 알았던 국방부 시계가 결코 멈춘 건 아니었던지, 드디어 그 날이 왔어요. 1991년 7월 27일 뙤약볕 내리쬐던 그 여름날, 두 어깨에 빛나는 소위계급장을 달 수 있었답니다. 양 어깨에 다이아몬드 두 개를 얹기위해 40여명의 여인들이 땀과 눈물을 흘렸던 그 시절 이야기입니다.
몇 년전 입대영장을 받은 시동생이 큰 근심걱정에 잠겼어요. 여성적인 성격에다 이것 저것 군에 대해 들은 것은 있었던지 입대를 겁내하고 피하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여자인 이 형수도 군에 가서 훈련받고 다 했는데, 남자가 나약한 소릴해서 되냐고?/ 내 말이 격려가 되었는지 자존심이 상했는지, 두려움과 주저속에 입대했지만 전방에서 무사히 군 생활 잘 하고 제대를 했죠. 제대 후 하는 말, "군대 갔다오길 잘했어요. 여군보면서 형수생각 많이 했어요. 대단하세요.'' (당연하지! 여군은 아무나 하나?)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군인이 되렵니다. 지난 군시절보다 더 멋지고 훌륭한 대한민국의 여군으로 살고 싶어서.. 내 인생에 소중한 경험과 많은 것을 배우게 했고 단련시켜 준 군을 사랑합니다. 임관 15주년, 지난 시절, 함께 훈련받았던 동기들 얼굴 하나하나 되새기며 자축해야 겠네요.LIST'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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