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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부부의 취미 만들기나의 이야기 2022. 6. 15. 17:00728x90
‘골프 재미없어. 그게 뭐 운동이 된다고 자꾸 배우라는 거야?’
20년 전부터 남편은 골프를 배우라고 성화였다. 다른 부부는 같이 골프 하러 다닌다면서
그게 부럽다고 매번 조르고 지인에게 골프채도 선물 받아서 줬다.
20년을 넘게 싫다고 버티던 지난해 겨울, 남편의 손에 끌려 골프 연습장을 찾았다.
장날에 소 끌려가는 인상을 쓰면서~ 남편이 레슨비도 내주고 등록을 시켜줬다.
이제 꼼짝없이 레슨비가 아까워 마지못해 시작했던 내가~~ 드디어!!
5개월이 된 골린 이(골프 왕초보)로 어제 생애 첫 부부동반 라운딩을 다녀왔다.
골프 배우고 머리 올리는 것(첫 라운딩)은 지난달에 골프장 친구들과 두 번 갔다 왔고 이번이 세 번째.
역시나 마음대로 배운 대로 잘은 안 되었지만 재밌게 운동하고 왔다.
가족 단체대화방에 사진을 올리고 자랑을 했다.
‘오늘 엄마 아빠 생애 최초 라운딩 갔어요. 여생 재밌고 여유롭게 살 거예요.
울 아들들 인생에도 빛나는 태양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오늘도 에너지 넘치게 아자!!
엄마 아빠 여생은 이렇게 살 거니까 아들들도 잘살아라. 이런 메시지였다.
이제는 자식보다 부부 위주의 삶을 살기로 한 지 오래다.
아이들이 대학 들어가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자식보다 내 남편 내 아내를 위하는 삶을 살자고!
우리 부부의 삶을 즐기면서 살자고!
더 자식에 얽매어 부부의 인생을 희생하지는 말자고~ 이기적이라고 해도 괜찮다고. 그 정도는 인정받고 보상받을
자격이 우리 부부는 있다고 생각하니까.
3년 전 퇴사를 하면서 나는 사실상 은퇴를 했고, 남편은 정년인 60살까지 6~7년은 더 일을 할 계획이다.
딱 60살까지만 일을 하라고 약속을 했다. 퇴사를 준비하면서 우리의 여생을 어떻게 보낼까 계획을
세웠고 남편이 은퇴할 시기에 맞춰 미리 준비를 시작했다.
먼저 지방(남편의 직장이 있는 곳)에 텃밭을 준비했다. 도시 생활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여유도 누리고 신선한 채소도
재배해서 먹고 싶었다. 소박하게 200여 평 텃밭을 꾸미고 초보 농부가 되었다. 우리 가족과 지인에게 나눌 만큼만,
건강에 좋은 작물 위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부부는 텃밭으로 향한다. 마치 일과인 듯~ 짜인 일정이다.
농막에 음악을 틀어두고 가끔은 신나는 음악에 맞춰 살짝 몸도 풀어준다….
과일나무도 심고 건강에 좋은 싱싱한 쌈 채소도 키운다. 직접 재배한 채소를 먹으면
그 행복감이 말할 수 없이 크다. 마트에서 사 먹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맛!
가끔 지인들을 불러 고기를 구워 먹는다. 그 재미도 행복하고 쏠쏠하다.
부부의 두 번째 취미는 이제 골프가 되었다. 연습장을 다니고 라운딩까지 함께 가는 사이가 된 것이다.
남편의 미래 꿈은 아들 내외와 라운딩하러 가는 것이다. 아들 둘은 아직 미혼이고 언제 결혼할지 모르지만,
그 꿈을 미리부터 꾸고 있다.
그게 무슨 운동이 되냐고 했던 내가 이젠 골프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다. 연습장에
가서 연습하고 유튜브를 보면서 골프공부를 하고~~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세 번째 취미는 남편의 은퇴 후 아마도 10년 이내에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여행하는 것이다. 손주가 생기면 그 작고
귀여운 아이를 태우고 함께 다니고도 싶다. (물론 며느리의 허락이 있어야겠지만~~)
30년 넘게 생계를 위해 일을 했으니 이제는 좀 편하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먹고 싶은 거 먹으면서 시간을 보낼 권리도
있는 것이니까. 그렇게 하자고 합의를 보았다.
좋은 부부관계를 위해서는 준비와 연습, 실천이 필요하다.
양보와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고 일상의 행복을 찾고 함께 만들어 가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처음엔 이해하지
않으려고 거부부터 했지만, 오히려 같은 취미를 공유하니 관계도 좋아지고 얘깃거리도 많아진다….
부부가 취미생활을 함께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함을 절실히 느끼는 중이다.
물론 이전에도 산행도 해보고 탁구도 배드민턴도 같이 치곤 했지만
오래 함께하지 못했다. 산행은 직업군인이었던 남편이 산에 가자고 하면 손사래부터 쳤고 탁구와 배드민턴도 나는 좋지만, 남편은 내켜 하지 않아 오래 하지 못했다. 골프는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운동이자 취미가 되었다.
앞으로도 함께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찾아볼 생각이다. 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머릿속에는 참 많다.
남편과 같이 서예도 배우고 싶고, 음~~ 이것저것 찾아봐야겠다.
아름답고 재미있는 은퇴 후 부부생활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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