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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 오기 힘들어도 자주 왔으면 좋겠어.”
오래간만에 부모님이 계시는 구미에 가서 이틀을 보내고 왔다. 5월 8일 어버이날 찾아뵐 생각이었는데
여동생 시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조문 겸 가게 되었다. 주말이라 조금 일찍 출발했어도 세 시간이 걸려 도착했다.
이른 저녁을 먹고 대구 장례식장을 찾았다. 동생의 시어머니는 20년 넘게 양로원에서 치매를 앓으셨지만 크게 아프지
않고 91세에 돌아가셨으니 호상이라고 했다. 그래도 부모를 떠나보내야 하는 자식에게는 큰 슬픔이다.
십수 년 전 갑작스레 시아버지의 장례를 치렀다. 돌아가시기 몇 년 전에 암 수술을 하시고 건강을 회복하셨는데
주무시는 중에 돌아가셨다. 점심을 드시고 소파에 누워 한숨 주무시듯 그렇게 가셨다. 마지막 가시는 길이 얼마나 외롭고 무서웠을까 생각하니 더욱 아쉽고 서운했다. 어버이날 찾아뵙겠다고 약속하고 일 주 정도를 남겨둔 때였으니 생각지도 못한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 망연자실하고 후회가 밀려왔다.
잘해 드린 것은 하나도 생각 안 나고 못 해 드린 것만 그렇게 기억이 나던지~~
장남인 남편과 나는 부부군인이어서 찾아뵙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이들도 어렸을 때라 핑계 같지만! 지나고 보니
그런 것들이 모두 후회스러웠다. 살아계실 적에 맛난 음식 한 번 더 대접하고 모시고 여행도 더 많이 다녔어야 했는데!
이런 아쉬움을 알고 있는 남편은 ‘(친정)부모님 살아계실 때 한 번이라도 더 뵈러 가자고 한다. 늘 멀다는 핑계, 바쁘다는 핑계로 다음에 다음에를 외치는 것은 정작 딸인 나였다.
문상하러 가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이틀 함께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고 오니 마음이 흡족하고 좋다. 찾아뵐 때마다 기력이 예전 같지 않으시고 새벽잠도 없으시던
아버지가 소파에서 꼬박꼬박 조시는 모습을 보니 애잔하다. 울 엄마도 나날이 야위고 작아지시는 것만 같다.
울 엄마 키가 이렇게 작았던가 싶어 적잖이 놀랐다.
두 분만 있고 (물론 오빠 둘이 가까이에 살면서 찾아뵙기는 하지만) 원래 집밥만 드시는 아버지시라 짜장면이 먹고
싶다고 해도 반응이 없다고 한다. 딸을 만난 엄마의 푸념은 늘 똑같다.
짜장면 먹고 싶어서 한 그릇 사 먹고 오자고 해도 모른 체하는 아버지,
삼시 세끼 밥하는 것도 귀찮고 힘들어서 한 끼 나가서 사 먹고 오자고 해도 굳이 집밥을 고집하신다.
짜장면 먹어 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는 엄마 말에 오늘 점심은 짜장면으로 결정! 4년 전 작은 아들 육사 합격
보답으로 어릴 적 아들을 돌봐준 엄마께 남편이 스마트폰을 사드렸는데 이번에 새 핸드폰으로 바꿔드렸다.
자식들 돈 쓰는 것이 아까워 연신 미안해하면서도 좋아하신다.
짜장면과 탕수육으로 맛있게 점심을 먹고 인근 김천으로 나들이하러 갔다.
날씨도 좋고 가수 김호중의 모교가 있는 김호중 길 주변 연못을 산책했다. 사진도 찍고 꽃 구경도 하고
사람 구경도 하고~ 코로나 때문에 집에 계셔서 답답하셨는데 야외로 나오니 연신 좋다고 하신다. 한 해 한 해 사진을
찍어보면 팔순을 넘기신 부모님의 모습이 점점 달라진다. 물론 오십이 넘은 우리 모습도 예전 같지는 않다.
부모님과 함께 하는 행복한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저녁은 오빠 가족을 초대해서 회를 대접했다.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고 웃음바다~ 모쪼록 부모님이 더 건강하게
지내시기만 소원한다는 자식들의 바램을 전한다.
다음날 점심은 미역에 찹쌀 새알심을 넣어 끓인 찹쌀 수제비!
작은 오빠와 맏딸인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준비하신 것이다.
수제비 반죽 담당은 늘 나의 몫이다. 적절하게 물 조절을 잘한다고 내게만 맡기신다.
울 엄마는 자식들, 손주들 좋아하는 음식은 꼭 기억하고 계셨다가 맞춤형으로 해주신다. 힘드실 텐데도 부모 마음이
그런 것 같다. 나 역시 두 아들을 둔 부모 마음이라 똑같다. 큰아들은 김치찌개, 작은 아들은 된장찌개를 좋아하고
작은 아들은 뭐든 잘 먹지만 큰아들은 약간 편식을 하고 많이 먹는 편이 아니다.
둘이라도 성격과 식성이 이렇게 다른데 오 남매를 둔 울 엄마는 어떻게 자식들이
좋아하는 것을 기억하고 계실까? 엄마의 위대함은 그런 것일까?
아쉬운 작별을 할 때도 따라오셔서 못내 아쉬워하신다. 자주 오라고~건강하라고~
자식을 보내는 부모 마음은 늘 서운하고 아쉽다. 또 오겠다고 약속했지만 언제
또 뵐 수 있을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일인데도 내 몸 편하자고 자주 뵈러 가지 않으려는 못난 자식의 이기심이다.
천안에 잘 복귀했습니다. 부모님과 형님들 덕분에 잘 쉬다가 왔습니다. 부모님 항상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저희 곁에 계시기를 기원합니다. (남편이 카톡에 글을 올리니)
알겠어 오기 힘들어도 자주 왔으면 좋겠어. (울 엄마의 답변이다.)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울 자식들 보고 싶다. 자주 와라!! 기다린다.
때로는 겁이 난다. 부모님이 우리 곁을 떠나가실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란 사실이.
그날이 언젠가는 오겠지? 그래도 멀리 아주 먼 미래에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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