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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연
    나의 이야기 2015. 2. 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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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에 나오는 기자의 얼굴이 왠지 낯이 익다. 누굴까? 누구지? ‘아! 그 친구네.’ 어렴풋이 떠오르는 10년 전 얼굴이다. 마지막 근무 부대의 작전처 병사였다. 함께 근무 서면서 숱하게 컵라면도 끓여먹던 사이였는데, 중년의 멋진 기자로 변신한 그를 쉽게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반가웠다. 옆에 있었으면 “나 심리전장교 김 대위야” 하며 아는 체라도 했을 텐데…. ‘참 잘 됐다. 출세했네!’ 뉴스시간에 그의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일생 동안 우연(偶然)이든 필연(必然)이든 많은 인연을 맺고 살아간다. 어떤 인연을 만나는가는 일생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 나를 있게 해 준 부모님·평생의 반려자인 배우자·자녀·친구, 한순간 스쳐간 짧은 인연까지…. 그 많은 인연 중 군(軍)에서 맺은 인연은 각별함이 더한 것 같다. 전투와 전투 속에 맺어진 전우(戰友)의 인연이라서 그런가?

     짧은 군 생활 얘기도 밤 새워 나눌 수 있는 것은 생사고락(生死苦)을 함께한 특별한 인연 때문이고, 군복(軍服)을 입어 본 사람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다. 땀에 젖은 군복을 입고 서로의 땀 냄새를 위로 삼아 훈련받던 동기들, 함께 근무했던 동료와 선후배들, 동생처럼 보살펴주고 싶던 병사들까지. 많이 보고 싶고 모두의 안부가 궁금하다.

     재향군인회에 근무하면 옛 전우를 만날 기회도 많고 전우나 상관을 찾아 달라는 전화도 받는다. 전우를 만난 반가움은 잃어 버렸던 동기를 다시 만난 듯한 느낌과 감동이다. 얼마 전에는 소위 때 함께 근무한 인사계를 만났다. “김 중위님 아니세요?”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그녀를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는데…. 헤어진 후로는 평생 못 만나고 살 줄 알았는데. 얼마나 반갑던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다.

     아직도 18년 전의 김 중위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늘어난 주름과 `뱃살공주'의 모습으로 만났지만 잠시나마 김 중위와 이 중사로 돌아가 마음껏 수다를 떨었다. 그 시절 얘기는 세월이 지났어도 어찌 그리 새록새록 기억나던지! 웃음치료 강사로 변신한 그녀의 모습에 부러움과 자랑스러움을 전하며,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도움을 받았던 상관이나 전우를 찾는 전화를 받으면 꼭 찾아주려 애쓰게 된다.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잊지 않고 안부를 전하는 그 마음이 아름답고 소중하기 때문이다. 찾던 분을 만났다는 감사전화라도 받으면 나의 기쁨이 되고 보람도 크다.

     소주 한 잔에 ‘진짜 사나이’를 목청껏 부르면 그 시절 그 추억 속 얘기로 하나 될 수 있는 인연, 군복이 맺어 준 각별한 인연은 그런 것이다. 피천득님은 ‘인연’이라는 글에서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하며,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인연도 있다’고 했다.

     이 계절, 지난 인연들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인연의 소중함을 잊고 가볍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은 아닐는지? 잊고 지낸 소중한 인연, 감사한 인연, 그리운 인연에게 안부 전하는 작은 행복과 여유를 누려보는 것도 삶의 활력소가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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