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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고싶을 땐 실컷 울어보자
    나의 이야기 2015. 2. 2.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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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癌)은 입구(口) 세 개 즉 입이 세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할 말이 많은데, 아래 뫼 산(山)에 가로막혀 생긴 병이라고 한다. 내면 즉 마음의 병이 깊어 생긴 병이 癌이라는 풀이다. 오래 전 할머니.엄마들이 속내를 다 풀어내지 못해 생긴 이름 모를 병이 癌이 아니었을까?

    어제는 간만에 실컷 울었다. 뭐가 그리 서러웠는지,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이 남편 앞에서 엉엉 울어버렸다. 주말마다 집에 오는 남편은 나름 설렘과 기대를 갖고 집에 올 것이다. 물론 좋아하는 반찬을 준비해서 최선을 다해(?) 남편을 맞이하는데도 나도 사람인지라 피곤할 땐 원하는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직장을 다니는 나도 금요일 저녁은 휴일의 시작이고 몸도 마음도 쉴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싶다. 그런데, 큰 녀석은 사춘기 유세가 심하고, 그나마 의지가 되는 건 둘째 아들이다. 책보고 있으면 커피 타주고,발 씻어주고 매니큐어까지 발라주는 딸 같은 녀석이다.

    부대로 가야 하는 남편과 애들이 먹은 저녁 설겆이를 하는데.. 부대로 가려니 마음이 안좋은지 남편이 괜히 핀잔이다. 집에 왔는데.. 분위기가 어쩌니하면서.. 남편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올때는 설레고 빨리 오고 싶지만, 다시 혼자 가야 하는 마음은 아프고 쓸쓸할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하는 소리란 걸 안다. 이해하려 애쓰며 웃어 넘겼다. 지금까지는..

    설겆이를 끝내고 나니, 드디어 터졌다. 그 동안 씩씩한 척,아무렇지 않은 척 숨겨왔던 쌓였던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나는 힘들지 않은 줄 알아? 나도 사람이야. 큰 놈 사춘기라고 스트레스 주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내가 그렇게 만만해. 왜 다들 나만 갖고 그러냐고?" 참아왔던 스트레스가 폭발하니 걷잡을 수 없었다. 소위 임관 후 9년 여 군 생활 하면서, 결혼하고 아들 둘 낳고, 전역 후 2년 쉬고, 다시 직장생활 한지 어언 8년차가 되었다. 난들 스트레스가 없고 어려움이 없겠는가? 때론 표현도 했겠지만, 가능한 집에 가서는 감정드러내지 않고 씩씩하게 지내려 노력했다.

    참으면 병이 된다고 했던가? 맞벌이 부부로서 때론 남편에게 섭섭한 점도 있었다. 물론 자상하고 집안일 많이 도와주는 남편 덕에 가사일 등 육체적 부담은 덜었다. 그러나 혼자서 커가는 아들 둘을 감당해야 하는 스트레스는 만만치 않다. 일일이 남편한테 말하지 않고 혼자 삭인 일도 많다. 세상의 직장맘들이 감내해야 할 부담을 나도 똑같이 느끼고 있단 말이다.

    20분을 눈물을 쏟아냈더니 남편이 적쟎이 당황한다. 연신 미안하다는데, 그 말에 서러움이 더 북받힌다. 남편에겐 부대로 가라하고 이불 뒤집어쓰고 잤다. 한 시간여를 잤을까? 불을 켰더니, 둘째 아들이 살며시 다가와 안아준다. "엄마 괜챦아? 우리가 스트레스 너무 많이 줬지? 미안해요." 그 말을 들으니 다시한번 울컥한다. (바보같이..) 아빠가 쓴 편지라며 건넨다. ''미안하다. 당신이 그렇게 힘든 줄 몰랐다. 다시는 당신 눈에 눈물 흘리지 않게 하겠다. 등등.. 아들 교육도 시킨 모양이다. 엄마 스트레스 주지 말고 말 잘 들으라고..

    어쨌든 어제 일로, 남편도 아이들도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생각하는 것 같다. 가끔은 힘들다는 얘기를 하는 것도 효과가 있다. 무조건 참는다고 능사는 아닌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아내들이여, 남편들이여!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하자! 울고 싶을 땐 실컷 울어보자! 가슴 속 꽁꽁 숨겨두고 마음의 병을 만들지 말자! 내 마음이 아프다고 내 몸이 아프다고 드러내고 표현하자. 내 목소리를 가족들이 알아듣도록...

    울어서 퉁퉁 부은 눈을 본 둘째 아들, "엄마 내일 회사가서 왜 눈이 부었냐고 물어보면, 밤에 라면먹어서 부었다고 말해." (순진한 우리 둘째, 그 와중에도 부은 엄마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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