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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면 마이 아파요나의 이야기 2015. 2. 2. 21:02728x90
"삥땅"이란 말이 있다. 사전을 찾아보니 "중간에서 받아서 다른 사람에게 넘겨 주어야 할 돈 따위의 일부분을 미리 떼어 후무리는 짓, 남의 돈을 삥땅을 치다 는 의미라고 적혀있다.
지금부터 태서니네 "용돈 삥땅사건"의 전모를 밝힌다.
며칠 전, 남편의 거짓말 한 마디로 부자지간에 불신감이 생기는 중대사고가 발생했다. 시댁에 갔다 온 남편이 할머니가 어린이 날 선물로 용돈을 주셨다며 두 아들에게 만원씩 건넨다. 뜻 밖의 횡재를 한 아들들, 신나라며 얼굴에 화색이 만연.. 큰 아이 왈, "이렇게까지 안 챙겨주셔도 되는데..." 말끝을 흐리면서도 싫지 않은 기색이다.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
아이들에게 돈을 건넨 남편이 설거지하는 내게 다가오더니, 만원 지폐 몇 장을 보여주며 속삭인다. "사실은 5만원씩 주라고 하셨는데, 한꺼번에 다 주면 안 되니 애들 통장에 넣어줘." (자주 못 만나니 할머니가 좀 무리하게 용돈을 주신 것 같다.)
"솔직히 얘기하고 다 주지 그래. 어차피 알게 될 일 나중에 괜한 오해받지 말고." 조언을 했건만 괜챦다고 한다. 글쎄!!
용돈주신 것 감사인사 한다며 작은 아이가 전화를 건다. "할머니, 용돈 주신 것 감사해요.만원씩이나 주시고.." 입을 막으려고 남편이 손을 뻗었으나 이미 아이의 말은 시위를 떠난 화살이 되었다.
"아뿔사! 이런 망신이 있나" 남편이 부랴부랴 해명을 하는데, 이 말을 들은 작은 아이의 말이 더욱 가관이다. "그런데,할머니! 아빠가 만원만 주고 나머지는 안줬어요."아빠가 자기 용돈을 삥땅쳤다고 고자질한 것이다. 이런 망신이 있나? 할머니가 뭐라고 생각하실까? 또 아이들에겐 어떻게 해명해야 하나?
전화를 끊고 난 후 다시 한번 남편이 자초지종 해명을 했지만,부자지간에 이미 불신의 골은 패어 있었다. "아빠가 니네 용돈 가질려고 한게 아니고, 다 쓰지 말고 저금하라고 그런거야." "그래도 우리한테 먼저 얘기해야 하쟎아." 원망의 마음을 쉬 가라앉히지 못한다. 의도야 어쨌든 잘못했으니 사과를 했지만, 진짜 삥땅을 치려고 한 것처럼 낯이 화끈거린다. 지금껏 받은 용돈도 엄마.아빠가 가로했다고 오해하는 건 아닐지! 분명히 아이들 통장에 꼬박꼬박 저금해 줬는데.. 이 억울함을 어디다 호소할 것인가?
내 어린시절에도 명절이나 특별한 날 친척분들에게 용돈받는 재미가 있었다. 이번 설날에는 세배돈 얼마를 받을 것인지 기대에 부풀었고 세배돈에 인색한 어른들에게는 건성으로 세배를 한 적도 있었다. 이상한 점은 세배돈 받은 기억은 있은데, 도무지 그 돈이 어디에 갔는지 생각이 안 나는 것이다. 엄마 주머니로 퐁당했나?
항간에 회자되고 있는 모 재벌총수의 보복폭행사건! 이 일이 국민적인 관심사로 지탄을 받고 있는 것도 거짓말 때문이다. 애초에 솔직히 자백했다면 지나친(?)부성애 탓으로 동정이라도 받을 수 있었을 것을, 거짓말로 숨기려 했으니.. 결국엔 더 큰 지탄과 거짓말쟁이로 낙인이 찍힌 것 아닐까?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
"거짓말하면 마이(많이) 아파요." 특히 아이들에겐 절대로 거짓말하면 안돼요. 들키면 몸과 마음이 아프구요. 망신스럽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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