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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군 김대위의 군생활 에피소드 하나
    나의 이야기 2015. 2. 2.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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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들이 모이면 의례히 하는 얘기가 군대에 관한 것이다. 술자리 안주감으로 가장 좋은 소재도 바로 군대 얘기가 아닐까? 약간의 과장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취사병이 특공대요원으로 둔갑을 하기도 하고, 낙하산 한번 만져보지 않고도 점프를 몊 번씩 한 정예요원이 되기도 한다. 남자들의 세계에서 군대얘기는 젊은 날의 초상이며,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군대얘기하면 예비역 김대위도 빠질 수 없겠지?

    난 여군장교 대위로 군생활을 마감한 예비역이다.조금 더 오래 군생활을 하고 싶은 희망이 있었지만,9년 여 남짓한 군생활을 끝으로 전역을 하게 되었다.가끔씩은 지난 군생활의 추억을 곱씹어보며 웃음 짓기도 하고 아쉬움을 갖기도 한다. 생각할수록 웃음이 나오는 군생활 에피소드 하나 소개한다.

    소위 계급장을 달고 첫 부임지로 강원도 원주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당시 동기생과 같이 군인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아파트 바로 옆에 절이 있었다. 군부대 절이었는데, 휴일이면 병사들이 종교행사 하러 오는 곳이다. 일요일 오전이라 동기와 같이 원주 중앙시장에 쇼핑이나 가자며 아파트를 나섰다. 마침 종교행사 병사들을 태우고 온 부대 군용버스가 앞에 서 있었다.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는데, 이등병 계급장을 단 병사가 쪼르르 우리 앞으로 다가온다. 바짝 군기잡힌 모습으로 "충성"하고 인사를 한다.같은 부대니까 우리 얼굴을 알고 기특하게도 달려와서까지 인사를 하는구나 했는데, 이어 하는 말 "저희 병장님께서 하실 말씀이 있다고 저쪽으로 좀 오시라는데요." 소위 말하는 고참병의 작업(?) 중매 심부름을 하러 온 것이었다.

    사복을 입고 나온 우리를 보고 아마도 민간인 아가씨로 오해를 한 모양이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 웃음도 나왔지만 모른체 시치미를 뚝 떼고는 "아, 그래요. 어딘데요?" 하면서 이등병의 뒤를 따라가고 있는데..

    버스 안에서 내 얼굴을 알아본 병장이 급하게 내려오고 있었다. 병장이 "충성"하면서 인사를 하는데도 그제까지 순진한 이등병은 사태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고참병에게 임무완수(?)한 것을 의시대듯 얼굴 가득 회심의 미소까지 머금고 있었다.한참 후 병장의 눈짓을 확인한 뒤에야 사태파악을 하고는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것이다. 젊쟎게 병장을 나무랐다. "민간인에게 쓸 데 없이 오해사지 않게 행동 똑바로 하라고.. 이등병에게 뭘 가르치느냐고?" "알겠습니다. 충성."

    군사령부에서 군기반장 김소위로 악명(?) 높았던 내게 작업을 걸려던 병장은 아마도 등골이 오싹했겠지? 그 날, 순진무구한 우리의 이등병은 고참병에게 어떤 수난을 당했을지...

    생각할 수록 웃음이 나오는 일이다. 인간은 추억을 먹고사는 동물이라고 했던가? 추억이 없다면 우리의 삶이 너무 무의미할 것 같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그 자체만으로도 지난 시간은 소중한 것 아닐까?

    바쁜 일상이고 다람쥐 쳇바퀴 같은 생활의 연속이지만, 아주 가끔씩은 지난 시간들을 추억하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생활의 활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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