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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일기장을 훔쳐본 엄마의 고백나의 이야기 2015. 2. 2. 20:52728x90
최근 초등학생들의 일기장 검사가 "아동의 사생활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결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얼핏 이야기를 들고 있노라니 "아차!"하고 얼마전의 실수가 떠올랐다. 지금부터 아들의 일기장을 훔쳐본 엄마의 가슴아픈 고백을 하려고 한다.
사실 얼마전 아들의 일기장을 몰래 보다가 호되게 추궁(?)을 당한 아픈 기억이 있다.초등학교 3학년인 큰 아들 녀석의 일기장을 가끔씩 보았다. 입학하면서 줄곧 일기쓰기가 학교에서 숙제였다.
호기심이라기 보다는 요즘 세상이 아이 키우기가 너무 신경이 쓰이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일진회니 왕따니 해서 아이들의 위험수위를 넘는 폭력이 있고 사용하는 언어조차도 국적을 알수 없고 거칠기 짝이 없다. 어떻게 지도를 하고 교육을 시켜야 우리 아이를 올바르게 키울 수 있나가 부모의 입장에선 항상 고민이다. 교육관련 지침서를 보기도 하고 아이를 잘 키운 부모의 경험담을 적은 책을 읽어보기도 하지만, 지금의 시대환경과는 다소 차이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일기장에 나마 아이가 자신의 고민이나 엄마에게 솔직히 말 못할 얘기들을 써 놓지 않을까 확인하는 차원에서, 엄마의 염려와 걱정의 마음으로 일기장을 체크했다. 학교에서 일기쓰기 숙제가 거의 매일있기 때문에 확인하는 차원이기도 하고..
아이의 일기를 보다보면, 가끔씩 10살 나이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놀랄 때도 있고 기특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또 너무 재미있기도 했다. (훔쳐보는 일기의 재미는 훔쳐먹는 사과만큼이나 달콤한 맛이 있었다.) 일기는 써야 하는데 마땅히 쓸 거리가 없으면 거짓으로 일기를 쓰는 것 같기도 했다.(아주 가끔..) 얼마전 우연히 아이의 일기장을 보니까, 가족에 대한 약간의 원망의 말이 적혀 있었다.
" 나는 우리 가족이 싫다. 동생(8살 된 남자동생)은 태권도 배운 후로 자기한테 개기고(?) 그래서 동생을 때리려고 하면 할아버지와 엄마는 나만 혼낸다. 가족이 없는 곳으로 가서 혼자 낭만적으로 살고 싶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어이가 없었다.나름대로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려 최선을 다했고 속마음을 숨김없이 잘 얘기하던 아이라서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은 전혀 안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로 고민을 하다가 밤에 또 일기를 쓴다며 아이가 어떤 주제로 쓸까를 물어왔다.
아이의 학교선생님은 일기를 꼭 제목을 정해서 쓰라고 하셨다. 일기가 일상적인 생활의 기록일수도 있지만, 논술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인지 일기에는 꼭 제목을 쓰라고 지침을 주신 모양이다.
오늘의 주제는 " 이 세상에 가족이 없이 나 혼자 살게 되면 어떨까?" 라는 주제로 일기를 쓰라고 했다. 순간,아이의 얼굴표정이 조금 달라진 듯 했다. 하지만 엄마가 일기를 본 것을 아이가 감지했다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모른 척 하고, 그 다음날 아침 아이가 일어나기 전 살짝 일기를 보았다.
"아뿔싸! 완전히 뒤통수를 맞았다. 아이의 일기장에는 " 엄마가 나의 일기를 분명히 보고 있는 것 같다. 어제 일기내용을 읽어 보고는 오늘 일기주제를 이 세상에 가족이 없이 혼자만 산다면 어떨까 하는 주제로 내 준 것같다. 만약 이 일기를 엄마가 또 본다면 이렇게 말해 주겠다. 엄마 내 일기가 보고 싶으면 당당하게 보여 달라고 말해.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건 나쁜 일이야.."
아이는 어제 밤 일기주제를 듣고는 엄마가 자신의 일기장을 본 사실을 감지했던 것이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솔직히 일기를 봤다고 시인하고 용서를 빌까.. 이메일로 엄마가 네 일기를 본 것은 이러이러한 염려의 마음때문에 본 것이니 오해말고, 다시는 일기 안볼께 하고 편지를 보낼까 ? 고민을 거듭했다.
퇴근 후 아이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하면서, 불러 앉혔다. 그리고 솔직히 고백하고 앞으로는 일기를 보고 싶으면 허락을 받겠노라고 다짐을 했다. 이것으로 아이도 용서(?)를 하고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언젠가 읽은 책에서 , "일기를 쓰는 사람은 인생을 두 번 사는 것이다."라는 글귀를 읽은 적이 있다.그 후로 고등학생 때 까지 꼬박꼬박 일기를 썼다. 일기를 쓰면서 하루의 일과를 반성하고 실수나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다는 의미에서 인생을 두 번 산다고 하지 않았을까? 일기를 쓰지 않은 지 오래 되었다. 다시 일기를 써야지 하면서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고 있다.
초등학생의 일기장 검사를 인권침해의 관점에서만 본 것은 다소 모순점이 있다는 생각이다. 일기를 쓰는 것은 교육적인 측면에서나 아이의 정서적인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장님 코끼리만지기식의 확대해석은 곤란하다고 본다.
끝으로 "아이의 일기를 볼려는 엄마는 사전에 허락을 맡은 후에 보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나의 쓰라린경험에 비추어 코너에 몰리는 상황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LIST'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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