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대는 아무나 가나?|나의 이야기 2015. 2. 2. 20:50728x90
“오빠야아~.”
“네? 웬 오빠?” 오빠라는 낯선 남자에게 잔뜩 경계심을 갖는다.
“OO오빠, 잘 지냈니.” 그제서야 안도감이 생긴다. “네에∼, 잘 지내셨어요?”
1년 전 이맘때쯤 몇십 년 만에 외사촌 오빠의 전화를 받았다.
결혼 10년 만에 어렵게 얻은 아들녀석이 영장을 받아놓고 죽어도 군대 안 간다고 버틴다며, 어찌해야 좋을지 물어온 것이다.
입대일이 코앞인데 입대를 못 하겠다니! 군대가 안 가겠다고 안 가도 되는 곳인가? 부모로서는 속이 타고 기가 찰 노릇이다. 설득도 하고 나무라도 봤지만, 완강히 버티는 녀석을 두고 달리 방도가 없었던 모양이다.
속을 끓이면서도, 군 면제자였던 오빠는 아들에게 해줄 말도 없었다. 자신이 군대를 안 가봤으니 뭐라고 해줄 말이 없었겠지! 고민 끝에 내게 SOS를 보낸 것이다. 여군장교로 10년 가까이 군 생활 했으니 무슨 방도가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전화를 한 것이다.
장황한 설명을 이어갔다. ‘요즘 군대는 많이 변했다. 예전의 군대 생활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본인의 마음먹기에 따라 훨씬 더 변화된 모습으로 나올 수 있는 곳이 군대다. 군에서 자격증 따오는 병사들도 많고, 학점을 취득하는 병사도 있다.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병사들 사례까지 나열해 가며, 아이를 잘 설득시키라고 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녀석을 혼내주고 싶었지만, 꾸욱(?) 참았다.
얼마 후 녀석의 입대소식과 훈련소에서도 힘들다며 부모 속을 태웠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다행히 집 가까운 곳에 부대배치를 받았고, 벌써 상병 계급장을 달았다니 국방부 시계는 쉬지 않고 돌아가는 모양이다.
군대 가더니 예전과 뭔가 모르게 달라진 것 같다며 오빠는 흐뭇해했다. 마침 휴가 나와 있다기에 바꿔달래서 한마디 했다.
“군대는 아무나 가는 곳이 아니야.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 청년으로 선택받았기에 갈 수 있는 곳이야. 남은 기간 자격증도 따고 체력단련도 하면서 건강하게 잘 지내다 오라” 했더니, “알겠습니다. 충성”한다. 마음이 흐뭇하고 든든했다. 이젠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입대 전에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갈등도 했지만, 이젠 군 생활 잘 하고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전역하리라 믿는다. 전역하면 소주라도 한 잔 사줘야 하나?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는 유행가 노랫말처럼 ‘군대는 아무나 가나?’다. 군대도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신체 건강한 대한의 건아들로 선택받은 이들만 갈 수 있는 곳이다.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자부심으로 멋지게 군 생활하는 대한의 남아들에게 파이팅을 보낸다.LIST'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의 일기장을 훔쳐본 엄마의 고백 (0) 2015.02.02 피할수 없다면 즐겨라 (1) 2015.02.02 군인아내라 행복했어요! (0) 2015.02.02 당신의 가치는 얼마입니까? (0) 2015.02.02 말의 씨를 잘 뿌리면! (0) 2015.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