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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정도 숙성된다.
    카테고리 없음 2025. 5. 20.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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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여 년 전,

    중학교 교복을 입고 운동장에서 뛰놀던 우리 넷.

    하굣길에 떡볶이 사 먹느라 정신이 없었고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깔깔대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엔 매일 보던 얼굴이었고,
    서로의 도시락 반찬을 탐내던 사이였는데
    어느새 환갑을 앞둔 중년이 되어 단양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단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나자마자 

    우리는 중년 여성이 아니라
    마치 10대 소녀처럼 깔깔거리며 웃었다.

    첫째 날. 

    고수동굴을 찾았다. 

    1700미터나 되는 동굴탐험(?)을 하면서 서로의 관절을 걱정하고 격려도 했다.

    "머리조심. 미끄러워..  경사가 가파르니 조심해"

    포기하지 않고 무사히 완주했다.

    허벅지와 장딴지가 땅기는 아픔이 있었지만 뿌듯하다.

     

    고수동굴 입구에서 찍은 사진

    저녁에 먹을 요깃거리를 사러 구경시장을 찾았다.

    규모도 꽤 크고 맛집도 많다.

    마늘닭강정도 사고 마늘순대도 사고 만두도 사고.. (마늘이 빠진 음식이 드물다)

    편의점에 들러 맥주도 사고... 화투도 한 모 샀다.

    얘기하느라 늦어서 결국 화투는 꺼내지도 못했다.(고스톱은 다음 기회에...)

    우리의 우정을 위하여~~ 짠!!

    알딸딸할 정도로 술이 들어가니 기분도 좋다.

    늦은 밤까지 도란도란 이야기가 이어졌다.

    자식 걱정, 건강 이야기,

    노후 준비와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가 더 자주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이런 이야기들이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위로가 되었고,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마음에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둘째 날. 

    돌아가는 날이니 일정을 야무지게 소화해야 한다.

    유람선을 타고 풍경과 명소를 구경하고 사진도 찍었다.

     

    도담삼봉을 배경으로 한 컷

    점심은 마늘석갈비와 메밀막국수, 메밀만두.. 배를 채우고 다시 이동..

    이끼터널에 가서 한 컷 남기고

    만천하스카이워크에 갔다.

     

    만천하스카이워크 야경사진(멀리 보이는 원형의 건물)

    아쉽게도 휴장일이라 스카이워크만 걸을 수 있었다.

    카페에 앉아 탁 트인 풍경을 구경하니 행복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젊을 때는 우정보다

     사랑이나 일, 가족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인생의 후반,
     이제 진짜 소중한 건
     가식 없이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이런 친구들이다.

     

    좋은 음식, 좋은 풍경도 물론 좋지만
     함께할 사람이 있으니
     그 모든 게 더 빛난다.


     단양의 산과 물, 멋진 풍경과 맛집보다
     이번 여행에서 제일 좋았던 건
     40년 친구들이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의 우정,
    앞으로 더 오래, 더 깊게
     잘 숙성되기를 바라며.
     다음 여행은 어디로 갈까, 벌써 기대된다.

     

     

    지금 행복하자.

    happy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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