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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이 아니다. (1)카테고리 없음 2025. 1. 9. 08:53728x90
"언니, 오늘 스매싱이 강한데요? 뭐 스트레스받는 일이라도 있으세요?"
탁구장에서 만나 알게 된 명희언니의 스매싱이 오늘따라 세다.
명희언니는 60대 중반쯤으로 짐작되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나와서 두 시간여 운동을 하고 간다.
탁구 구력은 오래된 것 같고.
특이한 건 명희언니의 동생도 같은 탁구장에 나온다. 경희언니다.
지난해 공무원으로 정년퇴직을 했다고 했고 동갑내기 남편과 함께 온다.
이름도 비슷하고 둘이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자매였다.
경희언니는 사람이 참 좋다. 운동 나올 때마다 간식을 챙겨 온다.
찐 계란, 귤, 붕어빵... 매번 얻어먹기 미안하게도.
그럴 때마다 자기가 먹는 것을 좋아해서 갖고 온다고 한다. 천성이 챙김과 나눔을 좋아하는 것 같다.
자매가 가까이 사는 모습도 부럽다.
어제는 경희언니가 운동을 나오지 않아서 물어봤다.
"경희언니는 바쁜가 봐요. 운동을 못 나온 걸 보면..."
"아니~ 엄마 간병 당번날이에요." (명희언니가 알려줬다)
그렇게 해서 부모님 간병얘기가 나왔다.
간병(看病) : 앓는 사람이나 다친 사람의 곁에서 돌보고 시중을 듦
90살이 넘은 노모가 있고 2남 4녀의 자녀들과 며느리가 순번제로 간병을 하고 있다고 했다.
오후 4시까지는 명희언니가 전담하고 오후 8시까지는 요양보호사가
그 후에는 정해진 순서대로 노모와 함께 잠을 잔다는 것이다.
그중 명희언니는 매일 출근(얼마의 수고비를 받고)해서 간병을 한다는 것이다.
거동이 불편하신 노모를 화장실도 모시고 가고 식사도 챙기고 같이 시간을 보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몸이 불편하시니 이런저런 짜증도 많으시고 예민하시다는 것.
그나마 다행인 것은 6남매가 모두 서울에 살고 있어서 간병 부담을 조금씩 나눌 수 있다는 것인데
그래도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고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간병.. 힘들겠다는 말 밖에 달리 위로할 말이 없다.
2년 전 치매 걸린 노모를 홀로 간병했던 남자 회원분도 있다.
교사로 정년퇴직 후에 시골에 계신 노모를 1년 정도 간병했고 지난해 노모가 돌아가셨다.
형제가 많지 않았는지.. 외국에 사는지는 모르지만
혼자서 노모를 간병하느라 고생을 많이 한 것 같았다.
"외국에 사는 자식은 남이야. 남. 가까이 있는 자식이 효도도 하고 간병도 하는 거지."
"그러게요. 그나마 언니네는 형제분들이 많아서 다행이네요.
요즘은 자식들이 한 둘 뿐이니 간병도 큰 문제가 될 것 같네요.
우리는 아파도 간병해 줄 자식도 없고 의지해서도 안 되겠죠?
열심히 운동하고 내 몸 건강 관리 잘하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열심히 운동하고 건강관리를 해야 할 이유가 더 분명해졌다.
나를 위하고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노력이다.
긴병에 효자 없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을 들었는데 요즘 신조어는 더 무시무시하다.
간병지옥, 간병파산, 간병자살, 간병살인
간병은 아픈 가족을 돌보는 중요한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심리적 부담은
간병하는 가족들에게 큰 압박이 된다.
(간병자살, 간병살인) 이런 끔찍한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오죽하면 정말 오죽하면 그랬을까 싶은 마음에 안타깝다.
지난해 12.2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1024만 4550명)로
전체 주민등록인구(5122만 1286명)의 20.0%를 돌파했다고 했다.
초고령화사회가 현실이 되었고 사회적 문제와 이슈 거리다.
초고령화사회에 불어 올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남의 일이 아니다.
당장 내 앞에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언제든
아직은 부모님이 건강하시지만 언젠가는 간병문제가 우리에게도 닥칠 현실이다.
다만 지금은 건강하시기만 바랄 뿐...
요즘 더 절실히 드는 생각은
부모도 자식도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최고의 사랑이고 배려라는 것.
그래서 더 열심히 운동하고 건강관리해야 한다는 것.
지금 행복하자.
happy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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