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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이 사라졌어요.
    카테고리 없음 2023. 11. 1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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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자식이 상팔자’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심지어 ‘자식은 전생의 원수고 업보라는 말도 있습니다. 

    부모의 고충과 근심이 그만큼 크다는 표현인데요. 

    부모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과 말을 하고 사는 것 아닐까 싶네요.

    비록 속상하게 애태우는 존재지만, 존재 그 자체만으로 부모에게는 의미와 기쁨이 되는 것도 

    자식인 것 같습니다.

     

    두 아들이 사라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병원 찾는 일이 거의 없는 건강체질이지만, 일 년에 한두 번은 심한 감기몸살을 앓는 편입니다. 

    몇 해 전 겨울에도 호되게 감기몸살을 앓고 있었죠. 

    열흘 넘게 기침이 떨어지지 않고 도무지 낫지를 않더라고요. 

    그날도 몸을 가눌 수 없어 자리보전하고 누워있었죠. 

    남편에게 집안일을 맡겨둔 체, 하루 종일 힘 없이 늘어져 잠만 자고 있었어요. 

    아마도 큰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작은 아이가 1학년 무렵이었죠. 

    한 참을 자고 일어나 보니, 아들 둘이 한꺼번에 사라진 거예요. 

    놀러 갔으려니 생각하는데, 두 시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으니 슬슬 걱정도 되고, 

    조바심이 생겨 못 견디겠더군요. 

    안 되겠다 싶어 찾아 나서려니 남편이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말리더군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 지 머릿속엔 온갖 상상을 하고 있는 데, 얼마 후 아이들이 들어오더군요.

     

    “어딜 갔다 왔어? 몸도 아픈데, 너네 들까지 왜 엄마 걱정시켜?” 다짜고짜 화를 내었죠. 

    그랬더니, 큰 아들이 손에 든 약봉지를 내밀며 

    “엄마 약 먹고 이제 아프지 마! 눈엔 눈물이 글썽글썽! 고사리 손과 얼굴은 찬 바람 쐬고 다닌 탓에 

    얼음장이고요. 일요일이라 약국 문도 안 열었을 텐데, 어디 가서 약을 샀냐고 물으니, 

    작은 아들 왈, ”약국 문 닫아서 형아랑 돌아다녔다는 겁니다. 용돈 몇 천 원 있는 것 둘이 모아서 엄마 약 사 왔다고... 

    두 시간을 약국 찾아 돌아다니느라 꽁꽁 언 고사리 손이 건네준 약봉지를 받아 드니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더군요. 

     

    그런 줄도 모르고 다짜고짜 걱정시켰다고 화부터 낸 못난 엄마의 미안함과 고마움이 눈물 되어 흐르더군요. “고마워, 엄마 약 먹고 빨리 나을게. 걱정하지 마.” 두 아들을 꼭 껴안고 셋이서 울었죠. 

    “울보 엄마에 울보 아들"이라는 남편의 놀림도 들리지가 않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엄마가 된 기쁨과 감동이 이 보다 클 수 있을까요?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고 눈물이 솟구치려고 합니다. 

    이젠 사춘기 소년이 된 두 아들! 가끔은 속상하게도 하고 애도 태우지만 아니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그날의 감동을 생각하며 그 마저도 감사히 받아들이렵니다. 소중한 아이들을 넘치게 사랑하면서...

     

    오래 전 쓴 글을 읽어보면서 그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는 것도 행복입니다.

    글을 남기지 않았더라면 이처럼 생생한 기억이 남아있었을까요?

     

    오늘도 글을 쓰는 이유 중 한 가지는 이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소중한 기억을 남기는 작업. 글을 쓰는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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