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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억은 그리움을 싣고
    카테고리 없음 2023. 9. 2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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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은 그리움을 싣고..

    오래전  글을 읽어보니 새삼 그때가 그립네요. 

     

    2009년경 블로그에 쓴 글입니다.

     

    "엄마, 나 질풍노도의 시기니까 건들지 마."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야?" 

    "사춘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잖아! 그것도 모를까 봐." 

    올해 6학년인 큰 아들 녀석, 사춘기 유세가 이만저만 아니다.

     요즘 아이들은 신체적 성장뿐 아니라, 사춘기도 빨리 온다. 

    큰 아이의 사춘기가 닥치니 살짝 당황스럽다. 변성기라 영감님 목소리로 변하고 턱수염도 조금씩 자라고, 

    샤워라도 할라치면 문까지 걸어 잠그고 혼자만의 비밀스러운 의식(?)을 즐긴다. 

    예전엔 벌거벗은 모습으로 등 밀어 달라고 하더니만.. 이뿐만이 아니다. 

    그전에는 무슨 옷을 사다 줘도 군소리 없이 입더니, 사춘기가 되자 옷 투정이 앞선다. 

    요즘 여자 친구까지 생겨 더 심해진 듯하다. 색깔이 마음에 안 든다. 디자인이 어떻다 등등.. 

    군소리에 그치지 않고 사다 준 옷을 입지 않으니 안 되겠다 싶어 돈을 줘 버렸다. 

    마음에 드는 옷으로 직접 사 입으라고! 의류타운을 다니며 골라온 옷이 가관이다. 

    몸매가 드러나게 쫙 달라붙은 검정 일자바지에 샛노란색 후드티까지.. 내 눈엔 꼭 날라리 옷 같구먼!  

    한창 자랄 나이에 너무 몸을 조이는 옷 같아서 못마땅하기도 하고.. 

    키 168센티미터에 58킬로그램 몸무게가 내 눈엔 말라 보이기만 하는데, 

    살찐다고 저녁에 먹는 것을 어찌나 꺼려하는지 가끔은 속상하기도 하다.

     얼마 전, 겨울잠바를 새로 하나 사랬더니 모 메이커 옷을 사달란다. 

    학생이 무슨 메이커 옷이냐며 안된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그래도 아이가 추위에 떨고 다닐까 봐 

    웬만하면 하나 사주자 싶어 시장조사를 갔다.

     아뿔싸! 바람막이 잠바 하나가 최하 24만 원이다. 

    별로 따뜻할 것 같지 않은데도 요즘 유행이라 안 입고 다니는 학생이 없을 정도란다. 

    몇 십만 원짜리 옷을 쉽게 사 주는 부모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랐다. 

    아이에게 조금 저가의 옷으로 고르라며 협상을 시도했지만, 싫단다. 싫으면 마라, 추우면 입겠지! 

    누가 이기나 버티기 태세로 돌입!!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더니 얼마 전, 패딩을 사주고 말았다. 

    처음 사달라는 메이커 옷은 아니지만 그 가격도 20만 원 선이다. 

    남편한테는 가격을 아주 많이(?) 다운시켜 말했다.

     남편도 나도 그리 넉넉한 집안에서 자란 것이 아니라 검소하게 절약하며 살자는 주의다. 

    허세보단 실속파! 부부군인으로 만나 관사에 살면서 마련한 신혼살림은 TV와 냉장고가 전부였다. 

    결혼준비금도 소위 월급 저축한 돈을 부모님께 드렸다. 그렇게 시작해서 조금씩 일구며 알뜰하게 살았고, 

    지금도 남편은 10년 넘은 중고차를 끌고 다닌다. 

    아이들이 새 차 사지 않으면 명절에 친척집에 가지 않겠다고 해도 전혀 묵묵부답! 

    아마도 차가 굴러다닐 수 있을 때까지 새 차를 사지 않을 것이다. 

    내 아이만큼은 경제적인 부담이나 걱정 없이 자라기를 바라서이다. 

    어린 시절 겪은 가난이 결코 좋은 추억만은 아니기에..

     혹자는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단지 불편할 뿐이라'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도 절절한 가난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단지 가난이 불편한 일로만 그친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어려서부터 올바른 경제관념을 심어주고 경제교육을 시키는 것도 부모의 의무라 생각하며, 나름 교육을 시키지만 큰 아이는 씀씀이가 헤픈 편이다. 늘 한 달 용돈 3만 원에 부족함을 하소연한다. 

    올해는 중학생도 되고 해서 큰 맘먹고 4만 원으로 인상을 시켜줬다. 

    흰 봉투에 나름 격식을 갖춰 ''큰 아들 용돈 1월분'이라 써서 정중히 건네었더니, 

    봉투 속 금액을 확인하곤 "지난달 안 준 용돈은 왜 없어?" 라며 얼굴을 찡그린다. 

    얼마 전 부수입으로 받은 용돈이 많이 남은 것 같아 그 돈 다 쓰면 주겠노라 미루다 보니, 

    지난달 용돈을 못 준 것이 화근(?)이었다. 찡그린 얼굴로 따지는 아들을 보니 나도 화가 끓었다. 

    불러 앉혔다.

     "작은 것에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큰 것도 감사할 줄 모른다. "도대체 뭐가 불만이야?" 

    화가 나 언성까지 높아졌다. 나름 최선을 다해 이해하려 애썼고, 사춘기라 온갖 아양(?) 떨며 

    아들 눈치 살피고 잘해 주었는데.. 이거 사춘기 유세가 너무 심한 것 아니야?  

    그렇게 우리 모자는 새해를 냉랭한 분위기에서 맞았다. 좋게 이해시킬 수도 있었는데, 

    이 놈의 불 끓는 성질 때문에 아이 마음에 상처를 준 것 같아 지금도 마음이 안 좋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아들아! 

    사랑이 넘치면 별이 된다는 말이 있더구나! 엄마의 사랑도 넘쳐서 별이 되었단다. 

    조금씩 독립심도 생기고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들이 많을 시기인 것 엄마도 이해해. 

    질풍노도의 시기란 이런 복잡한 모습들을 겪으며 성숙해 가는 시기인 거야. 

    한 번은 겪어야 할 홍역과도 같은 이 시기를 잘 보내고 나면 한층 성숙한 모습 보여줄 거지? 

    엄마는 늘 네 편이고 영원한 너의 수호천사니까! 사랑해!

     

    만감이 교차합니다. 

    뭉클하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요. 아~~ 그때 그랬었지? 이런 감정이었구나? 

    그 사춘기 아들은 지금 28살 청년이 되었습니다.

    언제인가 싶게 세월 참 빠르게 흘러갔네요.

    그때 그 시절도 좋았고 행복이었던 것 같네요.

    되돌릴 수 없는 세월이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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