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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했어요? 새롭겠네. 잘 이겨내고 출근해서 반갑고 고맙고요. 은빈엄마 통화했어요.
고맙고 착한 사람이에요. 서로 감사하고 애틋해하며 살아요~"
힘든 방사선 치료를 이겨내고 출근한 시동생에게 문자로 위로와 감사를 전한다.
참 다행이다. 임파선암 진단을 받고 병가 중이던 시동생이 출근을 했다.
그 만하길 천만다행이고 감사할 일이다.
시동생 부부는 암 진단 사실을 숨겼다. 형이 알면 놀라고 걱정한다고..
소식이 뜸해서 남편이 안부를 물었더니.. 그제야 암 진단 사실을 털어놨다.
예기치 않은 소식에 남편은 충격을 받았고 많이 걱정했다. (남편에게 시동생은 아들 같은 존재다.)
두 달여.. 치료를 잘 받고(많이 힘들어했고 지금도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지만) 퇴원을 했다.
힘든 치료로 식사를 못해 체중이 십 킬로 넘게 빠졌다.
논산 집과 서울 병원을 오가며 병간호를 했던 동서도 살이 빠졌다.
직장 다니면서 간호를 같이 했으니 오죽 힘들었을까?
몸과 마음이 편치 않고 힘들었을 텐데도 싫거나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동생을 농담으로 위로했다.
"살 빠지니까 너무 핸섬해졌다고... " 물론 까칠해진 시동생에게 한 소리 들었지만.
그녀를 만난 건 30년쯤 된 거 같다. 결혼 전 시댁에 인사하러 가서 만났으니까.
당시 부사관이던 시동생을 어린 나이(둘은 여덟 살 차이가 난다)에 만났고 결혼식도 안 올린 상태로 시댁에
와 있었다. 그런 그녀를 시부모님이 곱게(?) 봐 줄리 없었고.. 어른들 눈치를 보면서 힘들었을 것이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여동생과 의지하며 살았으니 시댁에서도 탐탁지 않게 여겼던 것 같다.
어린 나이에 임신을 했지만 제대로 된 축하도 며느리 대접(?)도 못 받았다.
당시 안쓰러운 마음에..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10만 원을 쥐어줬더니... 고마워했다.
그녀는 착하고 순둥 순둥한 사람이다.
언젠가는 시동생 가족과 서해안으로 여행을 갔는데..
다섯 가족이 서로 입맛이 달라서 두 팀으로 나눠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게장을 좋아하는 남편, 시동생, 조카 한 팀, 나와 동서는 한 팀으로 조개구이집을 갔다.
처음으로 그녀와 단 둘이 식사를 하며 술도 한 잔 했다.
그녀가 술 먹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술을 못 먹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가볍게 소주 한 병을 비운다. 깜짝 놀라며 또 다른 그녀의 모습을 발견했다.
술이 들어가니 이런저런 속내를 비춘다.
"형님, 저 술 잘 먹어요. 오빠(시동생)보다 술 더 세요. 처음 형님 뵈었을 땐 어려웠는데 지금은
언니같이 너무 좋아요"
"그래 많이 먹어.. 먹고 하고 싶은 말 해. 술 주정해도 다 들어줄게. "
몇 시간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남편에게 못했던 속내와 험담까지...)
병간호를 하면서도 긍정적이었다.
"초기에 암을 발견한 것도, 서울의 큰 병원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잘 치료한 것도..
암 보험이 있어서 치료비 걱정 안 하는 것도. 참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에요.
은빈아빠에게도 얘기했어요. 아파도 옆에서 꼭 붙어서 간호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요."
너무 이쁘고 감사했다.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라 더 좋다.)
"은빈아. 그렇게 생각해 주니 우리가 더 고맙다. 너무 대단하고~
조금 힘들어도 나 몰라라 하는 부부도 있다는데 덕분에 은빈아빠 치료 잘 끝난 것 같다."
"아니에요. 형님! 당연한 걸요. 이번에 병 간호 한다고 옆에 있으면서 얘기도 많이 하고
부부사이가 더 돈독해지고 좋아진 것 같아요."
"그래~~ 고맙다. 살아보니 부부가 최고더라. 자식한테 얽매이지 말고. 둘이 재밌게 살아.
서로 위해주고, 고맙게 생각하면서.."
젊어서는 별것 아닌 일로 기싸움도 하고 말 한마디에 서운해하고 오해도 했지만...
나이 들수록 부부가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진시몬 가수가 부른 '보약 같은 친구'에는
'자식보다 자네가 좋고, 돈 보다 자네가 좋아'라며 친구의 소중함을 노래했다.
물론 친구도 소중하다.
그러나
나는 '자식보다 남편이 좋고 돈 보다 남편이 좋다'
남은 인생 내 편으로 끝까지 남아 함께 할 사람은 바로 내 남편, 내 아내다.
자식에 너무 목메지 말고 성장한 자식은 이제 놓아주자.
내 남편, 내 아내를 1순위에 두고 서로 잘하면서 살자.
오래된 부부는 정(情)이 아니라 의리로 산다는 말이 있지만 그래도 좋다.
'당신이 최고야' 엄지 척 날려주면서... 그렇게 살면 된다.
해지는 석양 노을도 함께 구경하면서.. 편하고 아름답게 나이 들고 싶다.
참 고마운 사람, 그대와 함께.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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