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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에 뜨길래 반가워서 연락드립니다. 잘 계시지요?
브런치 작가가 되셨나요?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작년 11월에 브런치 작가되어 열심히 글 쓰고 있습니다.
그저 열심히 재밌게 살고 있습니다. 천안 오가며 텃밭농사도 지으며.. 바쁘게.
건강하세요.
마지막 직장의 부장님이 보내신 카톡이다. 몇 년 만이다.
퇴사 후 한 번 뵈었는데.. 그 때도 나의 퇴사를 무척 아쉬워하셨다.
장 부장님은 육사를 졸업 후 대령으로 전역하셨다. 젊쟎고 업무역량도 뛰어나서 많이 배웠고
존경하는 분이다.
군(軍)에서는 같이 근무하지 않았지만 제2의 직장인 재향군인회에서 만난 인연이다.
오래전 일이 기억난다.
TV 뉴스에 나오는 기자의 얼굴이 왠지 낯이 익다.
누굴까? 누구지?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인데... 가물가물 기억이 나지 않아 답답했다.
‘아! 그 친구네.’
어렴풋이 기억되는 얼굴이다. 그는 마지막 근무했던 부대의 작전처 병사(상황병)였다.
밤새워 당직 근무를 서면서 숱하게 컵라면을 끓여 먹던 사이였는데,
중년의 멋진 기자로 변신한 그를 쉽게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반가웠다.
옆에 있었으면 “나 심리전장교 김 대위야” 하며 아는 체를 했을 텐데….
‘참 잘 됐다. 출세했네!’ 뉴스시간에 그의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 후 종종 뉴스에서 그를 볼 수 있었다.
지금도 방송국에 있다면 아마도 보도부장쯤은 되지 않았으려나?
일생 동안 우연(偶然)이든 필연(必然)이든 많은 인연을 맺고 살아간다.
어떤 인연을 만나는가는 일생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다.
이 세상에 나를 있게 해 준 부모님· 평생의 반려자인 배우자·자녀·친구, 한순간 스쳐간 짧은 인연까지….
수 많은 인연 중 군(軍)에서 맺은 인연은 각별함이 더한 것 같다.
전투와 전투 속에 맺어진 전우(戰友)의 인연이라서 그런가?
짧은 군 생활 얘기도 밤새워 나눌 수 있는 것은 생사고락(生死苦)을 함께한 특별한 인연 때문이고,
군복(軍服)을 입어 본 사람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있어서다.
땀에 젖은 군복을 입고 서로의 땀 냄새를 위로 삼아 훈련받던 동기들,
함께 근무했던 동료와 선후배들, 동생처럼 보살펴주고 싶던 병사들까지.
보고 싶고 안부가 궁금하다.
재향군인회에 근무할 당시, 옛 전우를 만날 기회도 많고 전우나 상관을 찾아 달라는 전화도 많이 받았다.
전우를 만난 반가움은 잃어버렸던 형제를 다시 만난 듯한 느낌과 감동이다.
첫 근무지에서 함께 근무했던 인사계(부사관)를 만났다. 몇 십년만에..
“김 중위님 아니세요?”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그녀를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는데.
헤어진 후로는 평생 못 만나고 살 줄 알았는데. 얼마나 반갑던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녀는 예전의 김 중위 모습으로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늘어난 주름과 `뱃살공주'의 모습으로 만났지만 잠시나마 김 중위와 이 중사로 돌아가 마음껏 수다를 떨었다.
그 시절 얘기는 세월이 지났어도 어찌 그리 새록새록 기억이 나던지!
웃음치료 강사로 변신한 그녀의 모습에 부러움과 자랑스러움을 전하며,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그 후 그녀가 마라톤을 하면서 책을 발간한 뉴스를 접했다. 참 대단하다. 멋지다!!
도움을 받았던 상관이나 전우를 찾는 전화를 받으면 찾아주려 애썼다.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잊지 않고 안부를 전하는 그 마음이 아름답고 소중하기 때문이다.
찾던 분을 만났다는 감사전화라도 받으면 기뻤고 보람도 컸다.
소주 한 잔에 ‘진짜 사나이’를 목청껏 부르면 그 시절 그 추억 속 얘기로 하나 될 수 있는 인연,
군복이 맺어 준 각별한 인연은 그런 것이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하며,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인연도 있다’ 故피천득 님의 글 ‘인연’ 중에서
꼭 한 번 만나고 싶은 인연이 있다. 제2의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선배다.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살고 있어서 그녀가 더 그립다.
꼭 한 번 만나서 오해를 풀고 용서를 구하고 싶은 후배도 있다. 돌이켜보면 그녀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서.
그 아쉬움과 반성이 마음 한편을 무겁게 누르고 있다.
지난 인연들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인연의 소중함을 잊고 가볍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은 아닐는지?
잊고 지낸 소중한 인연, 감사한 인연, 그리운 인연에게 안부 전하는 작은 행복과 여유를 누려보는 것도
삶의 활력소가 될 것 같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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