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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 뭐 하시노
    카테고리 없음 2023. 6. 2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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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 칼럼에서 눈에 띄는 제목을 보았다.

    '아직도 면접에서 "아버지 뭐 하시노" 묻는 기업들'

    채용절차법에 따라 구직자에 대한 불필요한 정보(신체 조건, 출신, 결혼, 재산, 가족 직업 등)를 요구하면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도 법이 시행된 2021. 3월 이후 법을 위반해서 과태료 처분받은 사례가 141건이나 된다고 했다.  

    그런데 면접관의 질의에는 채용절차법이 적용되지 않아서 "아버지 뭐 하시노"와 같은 질의를 하는 기업들이 아직도(?)

    있다는 것이다. 

    입사 지원자와 상관없는 '아버지 뭐 하시노'가 왜 중요한지?

     

    "(느그) 아버지 뭐 하시노"는 한 때 유행했던 개그다. 부모의 직업과 재력 학력등을 묻는 표현인데 

    최근에 비슷한 경험을 했다.

     

    아들의 여자친구를 잠시 면접(?)하게 되었다. 우연챦게.

    면접이라기보다는 아들의 나이도 있고 하니 아무나 만나면 안 될 것 같다는 노파심(?)이 발동했다.

    첫 대면이고 상대가 부담 느끼지 않을 적당한 선에서 물어봤다. 

    가족관계는? 학교는 어디 다니냐? 전공은 뭐냐?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갖고 싶냐? 

    짧은 시간에 궁금하고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스무 살이 되고부터는 스스로 독립해서 학비랑 생활비 번다고 하니 야무진 친구인 것 같다.

    한편으론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일찍부터 알바를 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들에게 너무 속물 같아 보일 것 같아서 차마 못 물어봤다.


    며칠 후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아들에게 넌지시 물었다.

    "여자친구 아버지는 뭐하는지 물어봤어?"

    "아니. 왜?"

    "집이 조금 여유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아르바이트하고 혼자 독립한 거 보면 형편이 넉넉한 건 아닌 

      것 같은데.."

    "혹시 결혼할 생각은 있어? 어디까지 생각하고 만나는 거야?"

    "그냥... "

    아들의 입에서 결혼까지 생각하고 만난다는 말이 안 나와서 다행(?)이다.

    내가 너무 속물인가?

    부모라서 부모니까 그렇다. 아니 속물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자식 일이니까.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을 했다. 

    가난한 집안의 오 형제 중 장남, 빼어난 조건을 갖추지 못한 남자에게 딸을 주기 싫었던 부모님이다.

    (지금은 누구보다 첫째 사위를 신뢰하고 좋아하신다.)

    나는 비슷한 처지끼리 결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부담이 없다고.

    '잘 사는 집안에 시집가려면 우리도 어느 정도 맞게 해가야 하는데.. 우리 형편에 그게 가당키나 하냐고?

    비슷하게 만나서 결혼해서 잘 살면 된다고...' 우겨서 겨우 결혼 승낙을 받았다.

    결혼식장에서도 부모님의 얼굴은 잿빛, 우울 모드였다.

    그렇게 양가 도움 하나 없이 허리띠 졸라매고 살았다. 

    살면서 후회가 전혀 없었다는 건 거짓말이고 가끔 부모말 듣을걸 하는 생각도 했었다. 

    부잣집에 시집간 친구도 부러웠다. 시집에서 집 사는데도 보태주고 자식들 학비도 도와준다고 했다.

    물론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도움을 받는 만큼 시댁 눈치(?)도 많이 본다고는 했다. 그래도 부러웠다. 

    우린 양가 도움은 커녕 지금도 도와드려야 하는 형편인데.. 

     

    부모가 되고 보니 참 마음이 간사해진다.

    내 자식이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받고 자란 좋은 조건의 상대를 만났으면 좋겠고, 

    형편이 여유 있는 집안이면 더 좋겠다.

    배우자의 부모를 도와야 하는 부담을 지기보다는 작은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몇 년 후면 두 아들도 결혼을 할 것이다.

    아들들이 제 짝을 만나 결혼을 한다고 하면 반대할 생각은 없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경험으로 비쳐볼 때 그 서운함이 오래도록 남아서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남편은 결혼을 반대한 장모님에 대한 서운함을 내비친다. 가끔)

    자식들의 인생은 그들의 것이고 선택이다.

    다만 조언은 해주고 싶다.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엄마 아빠가 살아보니, 전혀 도움을 못 주는 부모보다는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우리 아들들이 조금 덜 고생하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이런 내 말을 잔소리로 생각하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만이다. 어쩔 수 없는 일.

     

    자식에게는 한 없이 주고 싶은 것이 부모이고

    주어도 주어도 부족해하고 미안해하는 것이 부모 마음이다.

    그래서 내 아들의 인연에게는 "아버지는 뭐 하시노"를 묻고 싶다. 솔직히.

    나도 어쩔 수 없는 엄마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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