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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인네가 벌거벗고 싸운 사연카테고리 없음 2023. 5. 19. 19:00728x90
오래전 동네 사우나에서 겪은 일이다.
목욕을 마치고 막 나오는 데, 귀가를 울리는 여인네들의 고함소리가 요란하다.
거의 치고받을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홀딱 벗은 상태에서 난투극이라도 벌인다면 정말 큰 일이다.
자칫 경찰을 불러야 할 상황이라도 닥치는 건 아닌지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만큼 급박한 상황이었다.
고성이 오가는 상황에서도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목욕탕에서 불이 났을 때의 대처상황이 떠올랐다.
얼굴, 가슴, 아래 세 곳 중 어디를 가리고 나와야 할 것인가? 돌발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어디를 가려야 할지가 고민이 되었다. 그 상황에서..
열심히 머리를 굴리면서도 두 여인네가 싸운 이유가 궁금했다.
귀 기울여 들어보니, 상대방 험담을 한 것이 발단이었다. 사우나에 오는 것이 일과인 동네 아줌마 모임의
멤버들인 것 같다. 그날도 같이 사우나를 하다가 한 사람이 나가자, 다른 한 여인이 나간 이의 험담을
한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여인의 분노와 악다구니가 시작되었다.
"그래, 나 술 팔았다. 술 팔아서 무식하다고? 너는 횟집 하면서 술 안 팔았냐? 늙은 년이 나잇값도 못하고..
무슨 년, 무슨 년 온갖 년 소리가 난무하다.
(연을 날리는 계절도 아닌데 이년, 저년 온갖 년들이 날아다니는 상황이 되었다)
당하는 쪽은 험담을 한 여인이다. 얼굴은 볼 수가 없다.
옷장 안쪽으로 숨어 들어갔는지 간간이 대꾸하는 소리만 들릴 뿐.
무식하다고 험담을 당한 여인네만 악다구니를 퍼 부우며, 분하고 억울함을 주체하지 못한다.
10여 분 고성과 욕설이 계속되자, 모임의 다른 여인네가 나서서 겨우 중재를 해 진정을 시켰다.
두 여인네가 벌거벗고 싸운 사연이다.
집에 와서 이 상황을 얘기했더니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큰 아들 말이 더 가관이다.
"엄마, 재미난 구경 했네.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게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는데.."
나 참 어이없어서..
"아들아! 엄마가 이 얘기를 해 준 것은 말조심하라는 뜻이란다.
특히 남의 험담을 하지 말라는 것이지. 알겠니?"
상황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모습을 되새겨 봤다.
한국사람은 자기 얘기를 하라면 1분도 못하면서 다른 사람 얘기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다.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다.
한국사람 모두 가 그런 건 아니지만, 너나 할 것 없이 남 말하기 좋아하는 건 사실이다.
누가 어쨌더라, 저쨌더라. 누구는 이렇더라. 저렇더라! 남 말하다가 오해도 생기고 크게는 싸움으로 번지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말조심을 해야 한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도 있다.
어느 목사님에게 사창가의 여인이 찾아와 하소연을 했다.
"목사님,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저에게 ㅆㅍ년이라고 욕을 했어요. 결국 제가 그런 사람이 되고 말았네요."
말은 한 사람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그 영향력이 크다. 말조심을 해야 하는 이유다.
긍정과 사랑과 희망, 존중의 말을 많이 하고 살자.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넌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 널 믿어. "넌 소중한 존재야. 사랑해."
좋은 말이 이렇게나 많은데 부정과 험담의 말을 더 많이 내뱉으면서 살아야 할까?
말은 습관이다.남을 험담하는 것도 습관이다. 내 앞에서 남의 험담을 잘하는 사람을 맞장구 칠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그 사람은 분명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나의 험담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남의 험담, 남의 말하지 말자고요.
남의 눈에 티끌을 보기 전에 내 눈의 들보부터 먼저 보자구요.
세 치 혀를 잘못 놀려서 설화(舌禍)를 겪는 일은 없게 하자구요.
좋은 말의 씨앗만 많이 뿌리자고요.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험담하는 것이 습관되면 자칫 목욕탕에서 벌거벗고 싸워야 할 상황이 닥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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