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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고 살아야 할까?군인 직업 2023. 2. 23. 09:11728x90
“엄마는 내가 이다음에 커서 무엇이 되었으면 좋겠어?
의사가 되어서 돈 많이 벌면 좋겠어? 아니면 어떤 사람이 되면 좋을까?”
“엄마는 울 아들이 의사가 되든 뭐가 되든 상관없어.
울 아들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행복하게 살면 좋겠어.”
어려서부터 두 아들에게 특별히 뭐가 되어라, 어떤 직업을 선택하라고 강요(?) 하지 않았다.
군인의 길을 선택한 딸을 믿고 지켜봐 주셨던 부모님처럼, 두 아들을 믿고 지켜봐 줄 뿐이다.
단, 선택도 책임도 모두 본인의 몫임은 강조를 했다.
“형이나 나나 어렸을 때 엄마 아빠 군인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고 3 때 엄마 아빠 따라 군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네.” 둘째 아들이 사관학교를 가겠다고 했다.
사관학교도 나쁘진 않지만, 직업 군인, 부부 군인의 삶을 경험한 나로서 선뜻 환영하기는 쉽지 않았다.
곁에 두면서 대학 생활하고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바람이 컸고
직업군인 생활하면서 가족들과 떨어져 지냈던 아쉬움이 많아서다.
둘째 아들은 사관학교를 졸업 후 현재 전방부대에서 근무 중이다. 휴가 나온 아들이 전역하는(하겠다는) 선배들이
많다는 얘기를 했다. 직업군인을 선택한 이들이 중간에 전역을 하는(하겠다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군 생활 경험자로서 그 이유에 공감가는 부분이 많기에 마음이 아프다.
"아들은 어때? 선택에 후회는 없어?" 묻고 싶었지만 참았는데 마음이 무겁다.
SNS에 올라온 군인가족(아내)의 글이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원문 그대로 소개한다.
직업군인 아내로 산지 이제 6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나라에 희생하는 모습과 매일 출근하면서 입고 가는 전투복 모습에 자랑스러워하며 직업군인의 아내로서 뿌듯했습니다. 그러나 그 생각이 점점 무너지고 직업군인의 아내로 사는 게 너무 힘이 들고 버겁습니다.
병사의 월급과 복지의 혜택은 올려주면서 직업군인의 월급과 복지, 가족들의 희생은 고려하지 않고 당연하게 희생만 강요하는 이 나라에서 누가 군인을 하고 싶어 하겠습니까?
요즘 24시간 당직을 서고 평일 1만 원 주말 2만 원 받는 직업이 어딨습니까? 거기다가 끼니당 밥값까지 내고 나면 평일 당직은 돈을 내면서 근무를 서는 지경입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몇 푼 안 될 거 알지만 당직근무비 인상을 해준다는 얘기가 있었으나 무산되어 버리고 나아지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10년 차에 접어든 남편의 월급은 겨우 240만 원 정도입니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2세는 꿈도 꿀 수 없는 월급입니다. 휴가 또한 눈치 보며 써야 되고 가족 여행 계획을 맘 편히 세울 수도 없습니다. 설 연휴인 이날도 당직을 위해 1년에 몇 번 안 되는 가족들과의 모임도 날아갔습니다.
작년에 태어난 저의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 현재 저는 육아휴직 중에 있습니다. 올해 5월 복직을 위해 만 1세가 된 저의 아이는 어린이집에 갈 예정입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1년에 잦은 당직과 길고 짧은 훈련이 수도 없이 많아 양육하는 데 있어서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저의 직업상 3교대를 해야 되는 입장에서 너무 부담이 됩니다. 친정, 시댁과의 거리도 4시간 이상이 걸려 육아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상태도 못됩니다. 이러한 실체를 알면 이 나라에 직업군인으로 살아가고 싶은 젊은 청년들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이 나라의 직업군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직업의 처우를 개선해 주시기 바랍니다.
직업군인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글이다. 오죽하면 이런 글을 쓰고 청원까지 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
30여 년 전 소위 첫 월급 35만 원을 받았을 때, 그 월급 받으려고 대학졸업하고 장교로 갔냐고?
엄마가 얘기하셨다. 그래도 행복했다. 나의 선택이었고 군복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컸을 때니까.
올해 기준 최저임금 시급이 9,620원 월급으로는 2,010,580원이다.
소위 아들의 월급은 200만 남짓이다. 최저임금 수준이다. 직업군인의 복지와 처우개선이 절실하다.
인생을 살면서 중요한 선택 세 가지는 직업, 배우자, 가치관이다.
직업은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며 개인의 사회적 역할과 부담을 의미하는 자아실현의 도구'라고 한다.
내게 군인은 자아실현과 존재 의미를 갖게 한 직업이었고 원했던 선택이고, 감사였다. 견딜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고 현실로 다가온다. 아들의 현재이고 미래 모습이라서 그렇다.
충성과 사명감, 자부심만으로 현실을 감내하고 희생하라고 강요하기 어렵다. 너의 선택이니 네 책임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엄마는 울 아들들이 뭘 하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하고 싶지만
지금은 예전처럼 그 말을 당당하게 할 자신이 없다.
먹고사는 문제는 현실인데 현실을 무시하고 직업을 선택하라고 할 수 없어서다.
이과생들이 의대로 몰리는 이유도 먹고사는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의사의 처우가 높기에 선호하는 것이다.
의사가 행복한 직업이라고 장담할 수 없지만 먹고사는 것은 걱정 안 해도 되는 직업인 것은 맞다.
뭘 하고 살아야 할까?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을 하는 이 시대의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며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최고의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또한 이 나라의 직업군인이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합당한 처우 개선도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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