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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님의 시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 불리어지는 내 존재의 첫 번째는 '이름'이다. 나를 소개하는 첫마디도 '이름'이다.
이름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 "김태선입니다"라고 소개하면 첫마디가 "남자이름이네요"로 돌아온다.
남자 여자이름이 따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통상적으로 태선이란 이름을 남자이름으로 많이 쓴다는 것인데
이름만 듣고 남자인 줄 알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한자 중간이름 '태'는 보통 클 태(泰)를 생각하는데 내 이름의 태는 글자가 다르다.
이름 지어진 사연인 즉, 태어날 때 탯줄을 목에 걸고 나와서 태(胎)를 붙여 태선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클 태일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굳이 한자 이름을 따로 설명하지 않는다.
이름에 대한 일종의 콤플렉스다.
엄마에게 투정도 부렸다. 예쁜 이름도 많은데 딸이라고 막 지은 거냐고?
약간의 원망도 하면서 개명(改名)도 생각해 본 적이 있지만 번거롭고 귀챦아서 그냥 살기로 했다.
예전에는 희한하고 우스꽝스러운 이름이 많았다.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고 콤플렉스와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의 존함은 '이소강아지' 성씨는 이 씨, 이름이 소강아지다.
그 시절에는 아이가 태어나서 일찍 죽는 경우가 많았고 많이 낳기도 했지만 많이 죽었다고 한다.
여러 명의 자식을 잃고 귀하디 귀하게 얻은 유일한 자손이 외할아버지셨다. 혹여나 또 잃을까 봐 걱정을 했는데
이름을 천하고 하챤게 막 지어야 수명이 길어진다는 말에 그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외할아버지가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으셨는지는 듣지 못했지만 이름 덕분인지 오래 살다 가셨다.
예전 직장의 동료분도 이름이 특이해서 놀림을 받았다. 이름은 '상쾌'였는데 인상이 늘 불쾌했다.
뭐가 불만인지 인상을 쓰고 다녔고 웃는 모습을 보기 드물었다. 그 이름에도 안타까운(?) 사연은 있었다.
출생신고할 때 상결(決)로 이름을 적었는데 담당 공무원이 한자를 잘못 보고 착오해서 상쾌(快)로 올린 것이다.
공무원의 어이없는 실수로 인해 평생 놀림을 당하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상쾌한 표정을 짓고 다녔더라면 분명 칭찬받을 이름이었는데 아쉽게 된 경우다. 지금은 상쾌 씨가 상쾌한
얼굴로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름값을 한다는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의 이름값이란 '이름에 알맞은 행동이나 노릇을 의미하며 보통 명성에
걸맞게 행동하는 경우'를 말한다.
요즘 대세가 된 두 명의 가수가 있는데 공교롭게도 둘의 이름이 영웅이다. 임영웅과 황영웅
트롯 가수 임영웅은 그의 아버지가 중국영화 영웅본색을 좋아해서 영웅이란 이름을 지었다고 하는데
지금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한 명은 현재 주가 상승 중인 트롯 가수 황영웅이다. 둘 다 본명이라고 하는데
두 명의 영웅이가 그 이름 그대로 영웅이 되었다. 비슷한 또래이니 아마도 당시 남자아이 이름을
영웅이라 많이 지었던 것 같다.
이름도 시대마다 유행이 있다. 우리 때엔 여자 이름 끝자에 '자'를 많이 썼다. 미자. 영자. 숙자. 춘자... 등등
지금 들으면 아주 촌스럽고 우스운 이름이지만 그때는 그랬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설악산으로 갔는데 당시 숙소 창문에서 도로가를 향해 "자야~~ "하고 이름을 부르면
대여섯 명은 돌아봤던 기억이 있다. 장난 삼아 "자야~~"불러놓고 돌아보는 모습을 숫자로 세며 깔깔거렸던
추억이다.
어떤 이름으로 불러주고 불리어지는가는 그 의미가 크고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한 때 사업으로 승승장구하던 한 남자연예인은 그의 엄마가 자신을 부르는 이름이 '회장님'이라고 했다.
자식의 부귀와 성공을 바라는 엄마의 마음(?)과 바람이다. 울 아들들은 그럼 이렇게 불러줘야 한다.
송 장군님, 송 회계사님 이렇게... 미래의 손주이름은 송영웅이라 지어야 하나?
이름이 스트레스와 자존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내키는 대로 장난 삼아 지으면 그 때문에 평생 놀림을 받거나 자존감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요즘은 개명도 할 수 있고 본명보다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닉네임(nick name)은 '사람의 생김새나 버릇, 성격 따위의 특징을 가지고 남들이 본명 대신에
지어 부르는 이름' 으로 본명 다음으로 불리는 두 번째 이름이다.
커피점에 가서 주문을 해도 닉네임으로 불린다.
"부자엄니님 주문 나왔습니다."
'부자엄니'는 나의 닉네임인데 부자가 되고 싶은 간절한(?) 마음과 엄마(엄니)를 합한 것이다.
예전에는 월천녀(월 천만 원 수익 달성이 목표였던 때) 였는데 이젠 부자엄니로만 통일시켰다.
재밌고 통통 튀고 독특하거나 장난스럽고 부정적인 느낌의 닉네임도 있다.
사재기중독. 달랑 이거시키신, 난직원이고 넌, 이 구역의 미친, 제가 쏠게요 (유명커피점의 닉네임 사례다.)
기발하고 재밌지만 닉네임도 자주 사용하고 불리는 이름인 만큼 신중하게(?) 지을 필요가 있다.
닉네임도 좋은 의미와 긍정에너지가 넘치게 지으면 좋지 않을까? 부정적이고 장난하듯 지은 이름에 복(福)과
긍정의 기운이 넘치기를 바라기 어렵다.
가게 이름(상호)을 보면 망할 집과 흥할 집을 대강 짐작할 수 있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긍정과 부정의 에너지가 다르다.
'곧! 망할 집' 기억하기 쉽고 오래 남으라고 그런 이름을 지었는지 모르지만 망하라는 기원(?)을 담은 이름으로 불리길
원했으니 그 결과가 좋을 리 없다.
'맛없는 집' '땅 파서 ooo 파는 집' 이런 이름으로도 가게의 번창을 기대하기 어렵다.
어떤 이름으로 불리어지기를 원하는가?
꿈꾸고 그리는 멋진 나의 모습을 담은 희망의 이름이면 좋지 않을까?
'내가 뱉은 말이 나의 미래다'라는 말처럼
불려지는 내 이름이 멋진 나의 미래가 될 수 있도록.... 이름에 복(福)과 기운을 불어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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