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유튜브 동영상 찍은 썰(?)
"우리도 유튜브에 동영상 찍어서 올리자. 조회 수가 얼마나 나올까?"
"우리 영상을 누가 본다고? 뭐 찍을 내용이라도 있어?"
"사노라면? 어때? 티격태격 싸우다가 화해하고...
우리 사는 모습 그대로 찍으면 되지 않을까?"
"유튜브가 그렇게 쉬운 줄 알아? 쨍쨍한 유튜버들이 얼마나 많은데... 꿈 깨셔."
구민 정보화 교육으로 유튜브 영상 만들기를 배우고 있는 것을 격려하며
남편이 숟가락을 얹으려 한다.
이참에 유튜브 영상으로 대박(?) 한번 내보자는 야심이다.
얼마 전부터 계획했던 일이 있다.
6년이 넘은 녹슨 컨테이너에 페인트를 칠하는 일이다. 일명 리모델링이다.
6평이나 되는 컨테이너를 칠하는 것이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기에
미루고 미루었었다.
더 이상 두어서는 안 된다. 녹이 번지고 있어서다. 외관상 보기도 싫고..
2주 전에 먼저 초벌 페인트를 칠해 두었다.
남편과 둘이서 칠을 하고 많이 힘들었다.
"그냥 사람 시켜서 페인트칠하지? 마누라를 이렇게 힘들게 하셔?"
"사람 시키면 일당이 얼만데? 그리고 일도 우리만큼 꼼꼼하게 해주지도 않아."
지난 주말에 재벌 페인트칠을 하기로 했다.
주말 아침, 텃밭으로 향한 우리 부부. 오래된 농막을 보며 남편이 말했다.
“이 녀석, 우리랑 비슷하네. 여기저기 삐걱거리지만 아직 쓸만하잖아.”
“우리가 오래가는 만큼, 얘도 다시 새로 태어나야지.”
컨테이너 지붕 위로 햇살이 번졌다.
페인트칠하기 좋은 날씨다. 햇볕은 쨍쨍, 바람은 솔솔~~
남편이 갑자기 동영상을 찍으란다.
컨테이너 페인트 도색하는 거 궁금한 사람들이 많을 거라면서..
조회 수가 많이 나올 것 같다고.
아무 준비도(기획 단계) 없이 무작정 작업 단계를 찍으라는 것..
남편은 준비단계부터 실전 편까지 과정을 설명하고 직접 보여준다.
연장 통을 꺼내 녹을 벗겨내기 시작했고,
나는 스마트폰을 들고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처음 찍는 영상이라 어색하기만 했지만, 그 모습조차 기록해두고 싶었다.
“이거… 녹화되고 있는 거 맞지?"
“응, 맞아. 아, 녹화 안되었네.. 다시 한번 갑시다. 미안~ 미안~ 큐!
"유튜브 배웠다며? 동영상도 제대로 못 찍어?" (남편의 잔소리 시작이다.)
“내가 찍을게, 잔소리 말고 당신은 페인트칠에 집중해!”
작은 말다툼도 있었지만, 금세 웃음으로 풀렸다.
사실 이런 티격태격도 우리 삶의 일부니까.
남편은 손수 페인트를 제조하고, 조심스레 붓을 들어 녹슨 벽에 색을 입히기 시작했다.
붓질 하나에도 그의 성격이 묻어났다. 성실하고, 꾸준하고, 조용히 제 할 일을 해내는 사람.
나는 그런 그의 등을 조용히 담았다.
“당신, 영상에 목소리도 들어가는데, 좀 더 상냥하게 말하면 안 될까?”
“아, 그래? 그럼 다시 해볼까?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런 거?”
“감사합니다~~ 도 넣어야지."
해가 조금씩 기울 무렵, 낡은 농막은 새 옷을 입은 듯 달라졌다.
벽면은 밝은 회색으로 빛났고, 우리 마음도 그만큼 환해졌다.
드디어, 오랜 숙원사업이 마무리되었다.
보기 좋다.
텃밭농사라는 건 단순히 채소를 기르는 일이 아니다.
흙을 만지고 땀을 흘리며, 말없이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우리 부부는 더 단단해진다.
실수투성이 영상도, 중간에 엉킨 말도, 고르지 못한 붓질도 모두 우리의 소중한 하루다.
우리는 오늘, 낡은 농막에 색을 입히며 삶에 온기를 더했다.
그렇게 평범한 하루가 특별한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그 기억을 영상과 글로 남긴다.
어젯밤 늦게 영상을 편집해서 업로드를 했는데..
아침부터 남편의 카톡이 왔다.
'컨테이너 도색' 해시태그를 추가하란다. 그래야 조회 수가 늘어날 거라면서..
'조회수 백만 가자~~ '
지금 이 소소한 순간이, 우리가 함께 걷는 삶의 가장 따뜻한 한 페이지임을 알기에.
더 소중하고 행복하다.
지금 행복하자.
happy now